時事論壇/時流談論

[우보세]삶의 질도, 삶의 양도 중요하다

바람아님 2018. 7. 3. 08:01

머니투데이 2018.07.03. 04:3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7 'Better Life Index' 국가별 비교. /그림=OECD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작됐다. 이제 ‘월화수목금금금’이란 말은 사라지고 마음에 없는 회식 때문에 가족을 챙기지 못하는 일도 줄어들게 됐다.

법으로 주52시간을 강제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최상위를 달리는 노동 시간을 줄여보자는 취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5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자 비율은 터키 멕시코 일본 다음으로 4위다.


장시간 노동은 ‘삶의 질’을 해친다. 때마침 청와대 경제수석도 삶의 질을 중시하는 ‘포용적 성장’을 강조해 온 이로 교체됐다. 통계청도 삶의 질 측정 지표를 체계화하고 나섰다. 2년차 문재인 정부가 삶의 질로 목표를 분명히 한 것이다.

OECD가 발표하는 ‘더 나은 삶의 지수(Better Life Index)’는 삶의 질을 비교하는 데 사용된다. 이 지표에서 한국은 OECD 회원국 35개국과 브라질, 러시아, 남아프리카를 합한 38개국 가운데 29위로 하위권이다. 우리의 삶의 질을 갉아 먹는 요소로는 장시간 노동과 함께 대기 질(38위)과 사회적지원망(social support network, 38위)이 꼽힌다.


삶의 질을 목표로 잡았다는 것은 그동안 우리가 ‘삶의 양’에만 매달려 왔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삶의 양이란 소득이고, 소득을 늘리는 것은 곧 경제성장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삶의 질로 눈을 돌리는 건 자연스럽다. 하지만 지금으로 충분한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OECD ‘더 나은 삶의 지수’에서 한국의 개인소득은 한국이 24위다. 물론 전체 순위보다는 5단계나 높지만 상위권은 아니다. 삶의 질이 1위부터 10위인 나라를 살펴보면 노르웨이, 덴마크, 호주, 스웨덴, 캐나다, 스위스, 아이슬란드, 미국, 핀란드, 네덜란드 등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달러 이상인 국가다. 캐나다만 4만달러대 후반이고 나머지는 다 5만달러 이상이다. 우리보다 삶의 질 순위가 낮은 나라 가운데 개인소득이 우리보다 많은 나라는 없다.


소득이 높아야 환경과 건강, 안전에 보다 신경 쓸 여유가 생긴다. 성장을 해야 일거리도 생긴다. 삶의 양에서 삶의 질로, 양질전환이 이뤄진다는 게 이런 데 쓰는 말이다. 개발독재 때처럼 경제성장을 위해 인권과 같은 가치가 유보돼야 한다는 건 아니다.

정부가 삶의 질을 목표로 삼은 것은 우리가 지나치게 성장지상주의에만 매달려 온 데 따른 부작용을 치유하자는 취지일 것이다. 그렇다고 성장을 제쳐놓고 삶의 질을 논할 수는 없다. 삶의 질을 담보하는 경제성장을 위한 정부의 고민이 더 치열해야 할 때다.


세종=양영권 기자 indepe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