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성공은커녕, 실패로 가는 갈림길에 섰다. 정부는 가계의 소득 증대, 생계비 경감, 사회안전망 확충을 핵심 과제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을 추진한다. 그러나 일자리를 망가뜨리고 저소득층·자영업자의 고통을 키우며 양극화를 심화하는 역설적 결과를 낳는다. 소득 재분배 정책 강화만으로는 성장을 견인하기 힘들다는 게 경제학계 정설이다.
한국 경제는 암울하다.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진다. 한국은행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연 2.7%로 다시 낮췄다. 소비 부진에 기업 투자마저 살아날 조짐이 좀처럼 엿보이지 않는다. 통계청은 국내 경기가 지난해 5월 정점을 찍은 이후부터 하강 국면에 들어갔다고 결론 내렸다. 정부는 결국 11개월 만에 그린북에서 ‘경제 회복’ 문구를 빼고 낙관론을 접었다. 저질 체력 ‘한국호’는 환율불안 가중, 국제유가 급등, 미국 금리 인상 등 3고 현상에 풍전등화 위기다. 미·중 무역전쟁에 신흥국 금융위기 가능성마저 증폭되며 수출까지 흔들린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았지만 고용시장에 역대급 한파가 몰아친다. 실업자 수는 올 들어 9개월 연속 100만명을 웃돌며 최악의 고용 참사가 이어진다. 경기 부진과 구조조정 여파로 미래의 희망인 청년층 실업과 함께 경제의 허리 역할을 맡는 중년층 실업 문제도 심각하다. 40대 경제활동 참가율은 7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한 집안의 가장이자 직장에서 실무 책임자급이 기업과 사회에서 밀려난다. 고용시장 기초가 무너지는 셈이다.
내년 일자리 예산에 정부는 올해보다 22% 늘어난 23조4573억원을 편성했다. 더욱이 청와대가 나서서 공공기관에 임시직 채용을 독촉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처럼 정부가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데 혈안이 돼 있지만 양질의 민간 일자리는 점점 사라진다. 내수 위축에 제조·건설·도소매·숙박·음식 등 전 업종에 걸쳐 민간 일자리가 급감하는 추세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이미 한국 정부의 공공 위주 일자리 정책에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실업률 완화를 위해 공공부문 일자리를 무작정 늘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ADB는 그 대신 기업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 일자리 늘리기가 절실하다고 권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결국 기업”이라고 말했다. 옳은 지적이다. 기업가정신이 고취되고 야성적 충동이 왕성해져야 기업 투자와 생산,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잘못된 정책을 바꾸면 된다. 경제팀 교체설이 슬슬 흘러나온다. 무엇보다 국가경쟁력을 발목 잡는 요인부터 제거해나가야 할 것이다. 대립적인 노사관계로 세계 최하위권인 노동시장 개혁이 절실하다.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려, 소득을 나누기 전에 파이를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대기업 수익이 중소기업으로 흐르는 낙수효과가 약해졌다지만 먹을거리가 있어야 나눌 수도 있는 것이다. 대기업 없는 산업 생태계를 상상해보라. 글로벌 강자들이 시장을 지배하는데 중소기업에만 한국 경제를 맡길 수는 없는 일이다. 로머 교수의 내생적 성장론을 왜곡 해석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혁신·동반성장에 박차를 가하면서 친기업 정책으로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
[주간국장·경제학 박사 kyh@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80호 (2018.10.24~10.30일자) 기사입니다]
[참고자료]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성장론’의 대가 폴 로머(62) 미국 뉴욕대 교수는 한국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성공하려면 늘어난 소득이 기술습득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은 소득이 늘수록 더 교육을 받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 마련”이라며 “어떤 기술이 더 필요하고 누가 더 기술을 배워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환경이 필요한지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계나 기업 등 경제주체의 소득이 늘어나기만 하면 소비가 확대돼 경제 성장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늘어난 소득이 기술 발전 등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출처 : http://www.sedaily.com/NewsView/1S5UHE0Q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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