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너무도 이질적이었다. 왜 그런가 싶을 터인데, 역사적 맥락이 있다. 체스터필드 의자는 18세기 영국의 4대 체스터필드 백작(필립 스탠호프)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대 내로라하는 신사였던 그는 앉을 때마다 옷에 주름이 잡히는 걸 저어해 새로운 가구를 주문했다고 한다. 체스터필드의 원형(原型)이 만들어진 계기였다. 여기엔 믿거나 말거나 수준의 구전도 있다. 임종 무렵 지인이 찾아오자 집사에게 “의자를 내드려라(Give Mr Dayrolles a chair)”고 했다는데 집사가 지시를 글자 그대로 해석해 의자를 줬다는 게다. 이후 의자가 런던 상류층의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체스터필드가 영국을 대표하는 디자인이 된 건 1800년대 중반이다. 디자인의 개량이 이뤄졌고 상류층이 대거 샀다. 지배계층 남성 전용 클럽들도 완비했다. 빅토리아 여왕 시기엔 대영제국의 진출 경로를 따라 체스터필드도 퍼져나갔다.
스타일이 메시지이긴 했다. 정상적인 지도자, 더 나아가 서구 유력 가문(실제론 왕조) 출신과 다를 바 없는 존재처럼 보이려 했다. 대단한 노력이다. 하지만 메시지의 본질이 달라진 건 아니었다. 핵 시험·사용·전파를 안 하겠다고 했으나 기왕의 핵 보유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시금 “비핵화”를 말했으나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해달라는 위협이었다. “사람들이 거짓말을 믿게끔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거짓말을 정기적으로 반복하는 것”(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에 충실했던 게다.
어쩌면 30여 분간 신년사 연설 동안 가장 진실 됐던 건 ‘벽난로’였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모양이 그랬을 뿐 불을 지필 수 없는 구조였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처럼 말이다.
고정애 탐사보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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