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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잘한 결정 '건국 100년 안 쓰겠다'

바람아님 2019. 1. 5. 17:50

(조선일보 2019.01.05 김기철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은 재작년 8월 취임 첫 광복절 경축사에서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고

했다. 이어 "내년 8·15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70주년"이라고 했다. 1919년은 '건국', 1948년은 '정부 수립'으로 표현한 것이다.

대통령은 이듬해 신년 기자회견과 3·1절 때도 '대한민국 건국 100년'을 고집했다.

정부 수립 70주년 기념행사는 건성으로 치렀다. 반발이 있었지만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랬던 청와대의 기류가 바뀌었다. '건국 100주년'이란 말이 없어지고 '새로운 100년'이라는 슬로건이 새로 등장했다.

대통령은 엊그제 현충원을 찾아 '대한민국 새로운 100년'이라고 방명록에 썼다.

"건국 백년을 준비하겠습니다"고 쓴 작년과는 다른 뉘앙스다.

청와대 관계자는 "'건국 100년'을 쓰자, 말자를 결정하는 회의가 열린 적은 없지만 올해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해"라고 했다. '건국 100년'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지 말자는 공감대가 있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만물상] 잘한 결정 '건국 100년 안 쓰겠다'


▶청와대가 쓸데없는 건국 논쟁을 접기로 했다면 잘한 일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1919년 임시정부에서 잉태돼 1948년 정부 수립으로 결실을 맺었다.

'1919년'과 '1948년'이 무엇 하러 왜 싸우나. 모두 소중한 우리 역사다.

이것이 보통 사람이 가진 합리적 역사 인식이다.


▶일각에선 정부 태도가 바뀐 것이 북한 때문이라는 말도 돈다고 한다.

작년 4월 판문점 정상회담 후로 '건국 100년'이라는 표현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판문점 회담 때 북한과 3·1운동 100주년 사업을 함께 하기로 했는데,

북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원수 대하듯 한다고 한다.

북은 임시정부를 '매국노 민족 반역자 이승만의 분자들로 구성된 반(反)인민적 정부'라고 한다.

임시정부가 건국 기점이 되면 논리적으로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 국가가 된다.

모두 북의 심기를 거스르는 문제이기는 할 것이다.


▶우리 정부가 북 심기를 살피느라 '건국 100년'을 접지는 않았을 것이다.

'1919년'이 '1948년'을 깎아내린다느니 '1948년'이 '1919년'을 홀대한다느니 싸우는 게 유치한 일이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나라가 35년 남의 나라 지배 받았다고 그걸 기준 삼아 '건국 ○○년' 운운한다는 게 말이 되나.

건국절 논란에서 벗어나듯이 그런 실용적 생각으로 나라의 여러 현안을 풀어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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