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시시비비]'봉숭아 학당'은 영원하다

바람아님 2019. 1. 11. 08:37
아시아경제 2019.01.10. 11:30

가히 소가 웃을 일이다.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청와대발(發) 뉴스 두 건을 둘러싼 사태를 두고 하는 이야기다. 두 건이 얽히면 실소(失笑)는 더욱 증폭된다.

하나는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공무원 휴대전화 조사 논란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달 31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우리는 강제수사권이 없어 임의제출을 요청한 것"이라 답했다. 외교부ㆍ기획재정부 등 몇몇 공무원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포렌식해서 감찰했다는 야당 의원들의 질타에 대한 해명이었다. 자필로 서면 동의를 받은 것이지 겁박을 사용한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당장 반론이 나왔다. 형사 관련법에서 '임의제출'이란 수사권이 있는 경찰ㆍ검찰 등이 영장 등 강제력에 의하지 않고 증거 자료 등을 요구할 때 이에 따르는 것, 즉 압수의 한 종류로 수사권이 전제되는 행위란 지적이다. 당연히 수사권이 없는 청와대 특감반의 경우엔 아예 임의제출이란 개념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는 기업주가 직원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조사했을 때 이를 임의제출이라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설사 그 직원이 동의하는 각서를 썼다 하더라도 그것은 임의제출이 아닌 그 무엇이다.


표현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임의'가 무엇인가.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어떤 일정한 제한을 받지 않고 마음대로 하는 것'이 임의다. 당사자의 뜻(意)에 맡기는(任)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휴대전화 제출을 요구하면 이를 거절할 공무원이 과연 몇이나 될까.


여기서 떠오르는 것이 지금은 물러난 청와대 행정관의 육군 참모총장 면담 소동이다. 2017년 9월 청와대 인사수석실의 정모 행정관이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을 국방부 인근의 카페에서 면담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가 군 인사 관련 서류를 분실했다는 소식이 일파만파 번져가는 와중에 나온 것이다.


국방부 인사를 다루었다는 정 행정관은 김 참모총장의 인사 방침, 육군 인사시스템에 관한 설명을 듣기 위해 만났다고 한다. 그런 설명을 듣기 위해 참모총장을 직접 만나야 했는지, 참모총장의 사무실이나 청와대가 아닌 카페에서의 사적인 만남이 적절했는지, 별정직 5급 행정관의 요청에 별 4개 장군이 그리 달려가야 했는지 등등 그 만남을 두고 의문이 꼬리를 잇는다. 막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별정직 5급 행정관이 군에 관한 어떤 전문성이 있어 그 자리에 있었는지, 60을 바라보는 장군이 그 부름에 응한 것이 격에 맞는지는 젖혀두고 말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 논란을 두고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항변했다. "대통령의 지침을 받아 일하는 행정관이 누구든 못 만날 일은 없다"고 했다. 과연 그런가. 그렇다면 이야기는 다시 임의제출로 돌아간다.

5급 행정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공식적인 자리도 아니고 카페로 육군 참모총장을 불러내는 청와대 위세라면 특감반의 '자필 동의서' 요구에 응한 것이 과연 '임의'일까. 이를 거절할 공무원이 얼마나 될까. 설령 장관일지라도 말이다.


전전 정권 때인가 청와대에 근무했던 지인에게 훗날 소감을 물으니 "청와대가 '봉숭아 학당'같더라"고 했다. 바로 막무가내, 견강부회, 어불성설, 아전인수가 판치던 코미디 프로에 견주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모른다. 오래전 일이기도 하다. 한데 아전인수 격 말장난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청와대 인사들의 요즘 행태를 보면 헛웃음이 나오며 장수 프로그램은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아이들 말처럼 광화문 광장을 막고 지나가는 이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임의제출'에 정말 겁박이 없었고, '카페 만남'은 정상적 업무집행이라 여기는지. 모르긴 몰라도 코웃음이 많지 않을까.


김성희 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