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고전·고미술

[古典여담] 管鮑之交 <관포지교>

바람아님 2019. 10. 5. 08:28
디지털타임스 2019.10.03. 19:11

피리 관, 절인어물 포, 어조사 지, 사귈 교. 관중(管仲)과 포숙아(鮑叔牙)의 사귐이라는 뜻이다. 친구 간의 깊은 우정을 가리키는 의미로 널리 쓰인다. 지란지교(芝蘭之交), 문경지교(刎頸之交), 지음(知音) 등이 비슷한 뜻을 가진다.


사기(史記) 관안열전(管晏列傳)에 따르면 '관포지교'는 춘추전국 시기 제(齊)나라에 살았던 관중과 포숙아,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제나라 군주가 세상을 떠나자 태자인 저(諸), 즉 제양공(齊襄公)이 왕위에 올랐다. 제양공은 사치스러운 생활에 빠졌다. 반란이 일어날 것을 예감한 포숙아는 또 다른 태자인 소백(小白)과 함께 거나라로 피신했다. 관중은 또 다른 태자 규(糾)와 함께 노(魯)나라로 망명했다. 얼마 후 제양공이 살해당하자 태자 규를 왕위에 올리려던 관중은 소백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관중은 활을 들어 소백을 쏘았다. 화살을 맞은 소백은 큰 소리를 지르며 쓰러졌다. 하지만 화살은 그의 혁대를 맞추었을 뿐이었다. 관중은 소백이 죽은 것으로 착각했다. 결국 소백은 규보다 먼저 제나라로 돌아와 왕위에 오른다. 그가 바로 제환공(齊桓公)이다.


제환공은 포숙아를 상경(上卿)에 봉하려 했다. 하지만 포숙아는 관중을 상경으로 추천했다. 제환공이 "관중은 나를 죽이려 한 원수다"라며 크게 화를 냈다. 포숙아는 "관중은 자신의 주인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런 것"이라며 관중을 감쌌다. 관중은 상경에 봉해졌고, 포숙아는 스스로 관중의 부하가 되기를 자처했다. 관중은 온 힘을 다해 제환공을 보좌했다. 부강해진 제나라는 춘추전국 시기 처음으로 천하를 제패한 나라가 됐다. 훗날 관중은 이렇게 말했다. "나를 세상에 낳아준 사람은 부모님이지만(生我者父母), 세상에서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아다(知我者鮑叔)."


세상이 소란스럽다. 그래서인지 '관포지교'가 마음에 더 다가온다.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미래를 내다보며 넓은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한다면 대립과 혐오, 차별과 비하가 없는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한다.


박영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