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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서가(書架)] "6주 이내 못하면 잘릴줄 알아" 폴크스바겐, 이러다 사고쳤다

바람아님 2019. 10. 15. 17:15

(조선일보 2019.10.15 이지훈 세종대 교수)


에드먼슨 '두려움 없는 조직'


에드먼슨 '두려움 없는 조직'두려움 없는 조직

저자 : 에이미 에드먼슨/ 역자 : 최윤영/ 다산북스/ 2019.10.01/ 페이지 288
원제 The Fearless Organization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종신교수인 '두려움 없는 조직'의 저자 에이미 에드먼슨은

병원의 의료 과실을 분석하는 연구에 참여했다.

그는 팀워크가 좋은 팀이 실수를 적게 할 것이란 가설을 세웠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팀워크가 좋은 팀이 오히려 더 많은 실수를 저질렀던 것이다.


고민하던 중 '이거다' 싶은 이유가 떠올랐다. 팀워크가 좋은 팀은 분위기가 개방적이어서 실수를 기꺼이 보고하는 반면,

팀워크가 나쁜 팀은 실수가 있어도 보고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구성원들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과연 그랬다. 팀워크가 나쁜 팀은 실수를 알면서도 숨겼다.


저자는 연구를 심화시켜 '심리적 안정감'이란 개념을 개발했다.

인간관계의 위험으로부터 근무 환경이 안전하다고 믿는 마음을 말한다. 심리적 안정감이 없는 조직에서

사람들은 솔직한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

회사에 해가 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침묵한다고 답변한 직장인이 70%에 이른다.

침묵하는 이유는 문제 제기와 침묵 사이에 보상이 불균형하기 때문이다.

문제를 제기해 혜택을 보는 쪽은 조직이나 고객이고, 혜택을 보는 시점은 시간이 지난 후이고,

혜택 보상의 확실성은 낮다.


조직의 존립과 성장이 구성원의 지식과 협력에 크게 의존하는 현대 조직에서 침묵은 치명적이다.

미 항공우주국의 엔지니어 로드니 로차는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의 발사 장면에서 단열재가 떨어져 나오는

짧은 장면을 목격하고 상사에게 '국방부에 위성사진을 요청하자'는 이메일을 보냈지만 묵살당한다.

일주일 후 공식 회의에서 그는 침묵을 지켰고, 컬럼비아호는 지구 귀환 중 폭발했다.

그는 나중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말단 엔지니어였으니까"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관리자가 두려움이 동기를 유발한다고 믿는다.

연비 조작 사건을 일으킨 폴크스바겐은 공포의 리더십으로 유명했다. 회장이자 최대 주주인 페르디난트 피에히는

한 식사 자리에서 최고의 자동차를 만드는 방법을 자랑하듯 털어놓았다.

"모든 관련 임직원을 소집해 이렇게 선포하세요.

'구닥다리 모델은 이제 지겨워. 6주의 시간을 줄 테니 세계적인 수준의 디자인을 뽑아와.

당신들 이름은 여기 다 있어. 6주 후에 제대로 된 게 안 나오면 모두 쫓겨날 각오해!'

" 폴크스바겐의 기술은 환경 기준을 충족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지만, 직원들은 이런 기본적인 사실조차

감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분위기였다.


'두려움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침묵은 소리 없이 다가온다.'

상명하복과 위계질서의 문화가 강한 한국 조직의 관리자들이 특히 되새겨야 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