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헨리 포태스트의 ‘해변의 겁먹은 아이’(캔버스에 유채, 개인소장)
아이에게 처음 마주 대하는 바다는 공포의 대상이다. 시퍼런 바닷물 위로 코브라처럼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돌진해오는 파도는 난생 처음 보는 불가사의한 존재다. 작은 몸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버거운 괴물이다. 녀석은 아무런 적의도 없는 가녀린 몸을 세차게 후려치고, 뜻밖의 공격을 받은 아이는 쓰러지지 않으려 젖먹던 힘을 다해 발목에 힘을 준다. 그렇지만 속절없이 물속에 나자빠지고 짭짤한 바닷물만 잔뜩 들이켠다. 겁먹은 아이는 허우적대며 간신히 일어나 뭍으로 뭍으로 뒷걸음질 친다.
미국의 인상주의 화가 에드워드 헨리 포태스트(1857~1927)의 ‘해변의 겁먹은 아이’는 처음으로 바다를 마주한 어린아이의 호기심과 좌절을 빠르고 거친 터치로 그린 작품이다. 작가는 마치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담을 떠올리기라도 하듯 이 일상의 자그마한 사건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관객을 미소 짓게 하는 것은 뒷걸음질 치는 아이를 잡아끌어 바닷물 속으로 인도하는 엄마의 지혜로움이다. 그는 세상살이가 그리 녹록지 않음을 아이에게 사소한 일상 속에서 가르쳐주고 있다. 파도는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슬기롭게 넘어야 할 성장의 디딤돌이라는 것을 말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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