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23. 4. 18. 00:34
아주 오래전에 보니 엠(Boney M)이라는 그룹이 부른 ‘바빌론 강(Rivers of Babylon)’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바빌론 강가에서 우리는 시온을 생각하며 울었어”라고 시작하는 가사는 성경의 시편 137편에서 따온 것인데, 멜로디가 신이 나서 젊은 시절에 자주 따라 불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렇게 멜로디는 신나지만 사실 노래에 얽힌 사연은 그렇게 신나지 않는다.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 온 유대인들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부르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오페라에도 이와 비슷한 노래가 있다. 베르디의 ‘나부코’에 나오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다.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디아스포라의 노래이다. 디아스포라는 자의건 타의건 살던 땅을 떠나 영원히 타향을 떠도는 집단을 의미하는 말인데, 근 2000년 동안 이 나라 저 나라를 유랑하며 살았던 유대인들이야말로 대표적인 디아스포라라고 할 수 있다.
디아스포라의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 바로 그들에 의해 쫓겨난 또 다른 디아스포라가 낯선 땅을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https://v.daum.net/v/20230418003427294
[진회숙의 음악으로 읽는 세상] 끝나지 않은 디아스포라의 노래
[유튜브 듣기]
Boney M ~ Rivers of Babylon (바빌론 강가에서.한글자막번역) - YouTube
오페라 나부코 중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 CMK교향악단, 라루체합창단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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