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고전·고미술

가슴으로 읽는 한시 - 물구경

바람아님 2014. 4. 24. 09:23

(출처-조선일보 2012.07.20 안대회·성균관대 교수)


물구경

아침 되어 물을 보러 누각에 올랐더니
비는 내려 어둑어둑 늦어서도 아니 갠다
높은 물결 덮쳐와서 작은 섬을 뒤흔들고
포효하는 물소리는 미친 우레 구르는 듯
행인은 말 세우고 강 건너기 걱정하고
어부는 배 옮기나 힘에 부쳐 고생한다
성 밑으로 아이들은 앞을 다퉈 낚시하여
작은 붕어 어렵잖게 버들가지에 꿰어 간다
.

―심육(沈錥·1685~1753)

觀漲(관창)

朝來觀水上層臺(조래관수상층대)
一雨暝暝晩不開(일우명명만불개)
高浪忽翻掀小島(고랑홀번흔소도)
大聲如吼轉狂雷(대성여후전광뢰)
行人立馬愁難渡(행인입마수난도)
漁子移舟力未回(어자이주역미회)
城下兒童爭設餌(성하아동쟁설이)
細鱗容易柳穿來(세린용이유천래)
/유재일
/유재일

조선 영조 때 저명한 학자인 심육이 26세 때 관서 지방을 여행하다가 큰 비를 만났다. 
대동강에 큰물이 지니 누대(樓臺)에 올라 불어난 물을 구경하였다. 
낚싯줄을 드리우고 물고기를 낚은 것을 보면 홍수 걱정은 없었을 것이다. 
장마 때나 태풍이 불 때면 으레 볼 수 있는 것이 물구경이었다. 
범람하지만 않는다면 장관을 연출하기에 옛날에는 그것을 '관창(觀漲)'이라 불러 여름철 풍광의 하나로 여겼다. 
도도하게 흘러가는 흙탕물을 보고 한편으로는 '범람하면 어떡하나' 조마조마해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멀리 바다로 떠나는 상상도 했다. 
얕게 흐르던 강물이 잔뜩 불어 거세게 흘러가는 광경은 보는 이의 혈관에도 힘차고 억센 피가 흐르게 만드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