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3.02.07 주경철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동양'과 '서양'은 원래 말라카해협을 기준으로 나눈 개념이다.
중국에서 보았을 때 말라카해협 너머 서쪽으로 가는 해로(海路) 혹은 그 해로를 통해 도달하는 지역을
서양이라 불렀고, 반대로 말라카해협 동쪽을 동양이라 불렀다.
아시아 해상 세계의 중요한 길목이었던 말라카해협이 이제는 오늘날 의미의 동양과 서양이 교류하고
충돌하는 핵심 지역이 되었다.
말라카 해협은 세계 해상 무역의 50% 이상이 집중되는 곳이다. 말레이반도와 수마트라섬을 나누는
깔때기 모양의 이 해협은 길이가 950km에 이르며 그 끝에 싱가포르가 위치해 있다.
이곳은 매년 5만 척의 수송선과 이 지역의 어선 및 연안 항해 선박들이 오가는 핵심 전략 지점이다.
만일 이 해협이 봉쇄되면 전 세계 원유 수송이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당연히 세계 강대국들과 초대형 기업들의 이해가 걸려 있지만,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같은 주변 국가들은 외세의 지나친
개입을 원치 않고 있다. 싱가포르만이 미국 해군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고, 이를 이용해 미국이 말라카해협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이 우려하는 것이 이 점이다. 현재 중국 원유 수입의 80% 이상이 이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유사시에 미국이 봉쇄한다면 중국은 큰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런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중국 해군은 이 지역 각지에
거점을 얻고자 노력해 왔지만 현재까지 큰 성과는 없다. 여전히 '대륙 세력'의 성격이 강한 중국의 해외 팽창을 '해양 세력'인
미국이 틀어막고 있는 형세다.
게다가 중국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는 인도도 중국의 해상 팽창을 앉아서 보고 있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중국이 인도양 거점 도시인 과다르항(港)의 운영·관리권을 확보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중국은 파키스탄 남서부에 있는 이 항구 도시를 확보한 후 이곳으로 수입해 들여온 원유를 육지를 통해 중국까지 수송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라 한다.
그러기 위해 과다르항과 신장위구르자치주를 잇는 철도와 송유관 건설을 추진 중이다.
중국이 과다르항 정비 사업을 추진하면서 단순히 상업 항구를 개발할지 군항을 동시에 건설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미국과 중국, 중국과 인도,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쟁 관계가 놓여 있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세계 정세를 정확히 읽는 눈이 필요하다.
(참고 지도 - 말라카 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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