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3.02.21 주경철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여성이 정치적으로 최고위 결정권을 가지게 되면 사회가 크게 변화할까?
전통적으로 여성은 갈등과 경쟁보다는 조화와 협력의 경향이 강하므로
우리나라 역시 '부드러운' 시대로 진입하게 될까?
역사적인 사례들을 보면 꼭 그렇게 되리라고 예상할 수는 없다.
파키스탄의 베나지르 부토 총리는 1988년에 이슬람권 최초의 여성 지도자가 되었지만 파키스탄의
정치나 사회의 가부장적 성향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인도의 인디라 간디 총리는 1975년부터 1977년 사이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는데, 이는 1947년 인도의
독립 이후 유일하게 민주정치가 중단되었던 시대로 간주된다.
이스라엘의 골다 메이어 총리는 중동 정세가 긴박했던 1969~1974년에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늘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국정을 이끌었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 역시 1979년부터 1990년까지 세 번 총리를 역임하는 동안 강력한 통치력을
과시하며 국내적으로 보수적 정책을 밀어붙였고 바깥으로는 포클랜드 전쟁을 수행하여 '철의 여인'이 되었다.
전반적으로 남성이 더 폭력적인 것은 사실이다.
예컨대 프랑스의 연구 사례를 보면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살인 범죄의 85%가 남성이 저지른 것이다.
이에 비해 여성들은 공감(empathy)의 능력이 더 크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뇌과학자들 중에는 여성의 두뇌가 기질적으로 공감의 성향을 띠는 데에 알맞은지 연구 중이다.
이런 입장에 서 있는 캐나다의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 만일 여성이 군사적 결정 과정에서 최후의 발언권을 가진다면 명예,
군사적 위엄, 복수 등에 집착하여 일어나는 바보 같은 전쟁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역사적인 경험과는 맞지 않아 보인다.
만일 여성성이 정말로 그런 경향을 띤다면 여성들은 1차대전 참전에 반대했어야 했고, 나치즘 같은 극우 세력에 참여하지
않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공감이 곧바로 연민(compassion)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처음 여성 대통령을 맞이한 것은 실로 중요한 긍정적 변화이지만,
처음 여성 대통령을 맞이한 것은 실로 중요한 긍정적 변화이지만,
여기에 상응하는 사회 전체의 심층적 변화가 따라야만 발전과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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