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요즘 한국에서 사고 친 아들 탓에 고개 숙인 사회지도층 아버지들의 소식이 잇따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남경필 경기지사나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의 사례 말고도 두 번이나 대권 목전에서 고배를 든 이회창 전 총재 역시 아들들 문제로 발목이 잡힌 경우입니다. 이밖에도 아들들의 병역이나 국적 문제 등으로 낙마한 인사청문회 대상자들이 어디 한둘이었습니까?
후진타오 전 주석의 최측근으로 비서실장인 중앙판공처 주임 자리를 지키며 지난 2012년 11월 제18차 당대표대회에서 상무위원 진입이 유력하던 링지화(令計劃)의 경우도 있습니다. 아버지가 평생 꿈꿔 온 대망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2012년 3월 18일 새벽, 베이징대학 대학원생이던 아들 링구(令谷)는 만취한 채 페라리 승용차를 몰고 베이징 시내를 질주하다 교각을 들이받고 현장에서 즉사합니다. 차에는 반나의 티베트 출신 여성 두 명이 동승하고 있었습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아들의 방탕한 오렌지족 생활과 그 뒷받침이 되어온 아버지의 부정축재 의혹 등이 도마에 오르면서 순식간에 떠오르던 태양은 서산 저 뒤편으로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서민 총리로 이름을 떨치던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도 아들 문제로 꽤나 골치를 썩었습니다. 재계 일선에서 여전히 활발히 활동 중인 아들은 이런 저런 이권 사업에 관여해 뒷돈을 챙기고 아버지의 뒷배를 이용해 사업을 확장해왔다는 구설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퇴임 직전인 2013년 3월 중난하이에서 열린 내부간담회 자리에서 원자바오는 "아들이 비즈니스에 뛰어든 것을 막지 못한 게 정치적으로 중대한 잘못이었다. 내 평생의 한이 될 것이다"라며 잘못 키운 아들로 인한 고충과 회한을 토로했다고 합니다.
며칠 전에는 선행의 대명사로 불리는 홍콩의 월드스타 성룡(成龍)이 아들 팡쭈밍(房祖名)의 일탈행위로 인해 고개를 떨궈야 했습니다. 아들이 아버지 별장에서 마약을 피운 사실이 드러나면서 마약퇴치 홍보대사인 아버지의 체면은 땅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이들 말고도 재벌가 2세들의 타락상은 더 말할 나위 없이 심각한 상황이라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행실이 개에 비유될 만큼 모범적이지 못한 아들로 인해 수난을 겪고 있는 아버지들을 보며 연좌제도 아닌데 부모가 무슨 죄냐는 동정론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견자(犬子) 위에 과연 호부(虎父)가 있을 수 있냐며 인과응보(因果應報)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비판 여론도 적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보시라이나 링지화, 원자바오 등은 아들들로 인한 횡액에 그치지 않고, 아버지 자신들의 표리부동한 이중생활이 속속 드러나면서 보시라이는 무기수로 영어의 신세가 됐고, 링지화는 끊임없이 사정 당국의 조사설에 시달리고 있으며, 원자바오는 은퇴 후에 원치 않는 칩거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남의 집 가정사는 집안 식구들만 아는 일이고 밖에서는 아무리 똑 떨어지게 일처리하는 아버지도 자식 교육에서는 낙제점 면하기 힘든 경우도 있게 마련일 겁니다. 그만큼 자식농사가 어렵다는 얘기일 겁니다.
우리에게는 영원한 성군으로 각인돼 있는 세종대왕께서도 여기서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슬하에 무려 18남 4녀를 뒀던 세종은 여염집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아들들을 유난히 예뻐했다고 합니다. 넷째 아들인 임영대군(臨瀛大君)은 어찌나 여색(女色)을 밝혔던지 대궐의 여종들과 '사통(私通)'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악공의 딸인 기생 금강매(錦江梅)에 빠져 그녀를 첩으로 삼게 해달라고 아버지를 조르기까지 했습니다. 세종이 아들을 가상히 여겨 이를 허가해주려고 하자 승지인 허후 등 신료들이 "대군이 기생을 축첩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반대하자 도리어 화를 내며 아들을 옹호했다는 기록이 실록에 적혀 있습니다. 천하의 세종께서도 망나니 자식 문제는 어쩔 수 없으셨던 모양입니다.
남보다 뛰어난 것 같으면 더 잘 키워보려는 마음에, 또 모자란 것 같으면 안쓰러워 도와주고픈 마음에 자신의 분신인 아들에게 무조건적인 사랑과 지원을 쏟아주려는 아버지들의 심정을 누군들 탓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자칫 '호부호자'의 칭송을 쫓다가 결국 허망하게도 '호부견자' 혹은 '견부견자'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아버지이고 아들이고 하루에도 몇 번이고 자신을 돌아봐도 지나치지 않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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