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그림이 있는 아침] 신사의 눈길이 머무는 곳

바람아님 2014. 9. 8. 14:44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발코니의 남자’ (1880, 캔버스에 유채, 개인소장)


한 남자가 발코니에 서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파리 최고의 번화가인 오스망 대로. 19세기 파리의 도시계획을 주도한 오스망 남작의 이름을 딴 이 대로는 화려한 건물과 백화점, 부티크로 가득한 근대인의 욕망의 거리다.

중산층 파리지앵은 남녀 할 것 없이 멋지게 치장한 채 이곳을 거닐며 자신의 우아함과 세련미를 맘껏 뽐냈다. 오스망 대로는 누구나 주인공이 되는 거대한 연극 무대였던 것이다.

인상주의 화가 귀스타브 카유보트(1848~1894)의 그림 속 사내는 이제 막 단장을 끝내고 거리로 나서려는 것처럼 보인다. 창밖을 내다보는 그는 아마도 거리에서 마주치게 될 아름다운 여인을 상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19세기 화려한 도시생활의 이면에 자리한 공허한 욕망이 오늘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