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11.22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프랑시스 알리스(55)는 벨기에 출신으로 남미에서 주로 활동하는 행위예술가다.
그는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벗어나 일상적 거리에서 단순한 퍼포먼스를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작업이 2002년 페루 리마의 외곽 지역에서 벌인
집단 퍼포먼스, '믿음이 산을 옮길 때'다.
알리스는 리마의 대학가를 돌며 자원봉사자 500명을 모집하고, 그들을 작은 동산만 한
알리스는 리마의 대학가를 돌며 자원봉사자 500명을 모집하고, 그들을 작은 동산만 한
모래언덕 아래로 불러 모아 삽을 한 자루씩 나눠 줬다. 그들의 임무는 한 줄로 나란히 서서
언덕 기슭에서부터 삽질을 하면서 한 발자국씩 정상을 향해 모래를 퍼 올리는 일이었다.
그렇게 아침부터 저녁까지 500m 길이로 늘어선 젊은이 500명이 땀 흘려 일한 결과
모래언덕이 한 뼘만큼 뒤로 물러났다.
결국 바람 한번 불고 나면 되돌아갈, 하나 마나 한 일을 피땀 흘려 이룬 격인데,
우리말로 '삽질'이 쓸데없는 일에 헛수고한다는 뜻인 줄을 알리스가 아는지는 모르겠다.
이쯤 되면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가 떠오를 것이다.
이쯤 되면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가 떠오를 것이다.
우공이 후손을 위해 산을 옮기고자 결심하자,
그 정성에 놀란 신(神)이 밤새 산을 옮겨주었다지 않는가.
그러나 리마의 판자촌이 내려다뵈는 황량한 모래산을 한 뼘이나마 움직인 것은 신의 기적이 아니라 함께하기로
약속한 사람들의 '삽질'이었다. 대부분 대학생이었던 자원봉사자들은 이토록 바보스러운 일을 끝마친 후,
서로를 믿는다면 변화를 이룰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 들떠 있었다.
알리스의 작품은 10㎝ 뒤로 물러난 모래산이 아니라, 바로 그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희망과 믿음이었던 것이다.
프랑시스 알리스, '믿음이 산을 옮길 때'의 다른 이미지
(When Faith Moves Mountains- Francis Al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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