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11.24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낙엽시 천지는 거대한 염색 가게 落葉詩 天地大染局(천지대염국) 空色顚倒間(공색전도간) |
1825년 자하(紫霞) 신위(申緯·1769 ~1845)가 낙엽을 읊은 시 8편을 지었다.
가을이 되면 천지는 거대한 염색 가게로 바뀐다.
이 염색 가게에서 갑작스럽게 벌어지는 환상적 변화는 그 속도를 따라잡기가 힘들 만큼 빠르다.
온갖 빛깔 낙엽을 한 점 한 점 허공에 날려버리는 바람은 지난 봄철 현란한 꽃을 피웠던 바로 그 바람이다.
그처럼 봄과 가을이 번갈아들며 염색 가게를 차지해도 태양은 스쳐 지나가기만 할 뿐 자취도 주소도 남기지 않는다.
공과 색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염색 가게를 열었다 닫았다 한다.
세월은 그렇게 흘러간다.
벌써 염색 가게가 문을 닫으려 한다.
'文學,藝術 > 고전·고미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민의 세설신어 [137] 설니홍조(雪泥鴻爪) (0) | 2014.11.27 |
---|---|
정민의 世說新語 [290] 고구만감 (苦口晩甘) (0) | 2014.11.26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36> 법고(法鼓)를 치는 뜻 (0) | 2014.11.23 |
정민의 世說新語 [289] 병동지한(甁凍知寒) (0) | 2014.11.19 |
[가슴으로 읽는 한시] 달을 샀다는 아이에게 (0) | 2014.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