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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욱 교수 명랑笑說] 인공지능이 人類 위협할 거라는 빌 게이츠… 어쩌죠, 부정적 미래관은 번번이 틀렸는데

바람아님 2015. 2. 14. 11:04

(출처-조선일보 2015.02.14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빌 게이츠도 슬슬 '꼰대'가 돼 가는 모양이다. 
얼마 전 그는 한 인터뷰에서 기계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공지능 컴퓨팅 기술이 극도로 발전할 경우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첨단 기술 발전으로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컴퓨터나 로봇의 지능이 
사람의 지능을 뛰어넘어 인류를 조종하고 통제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꼰대들의 특징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자기가 잘 모르는, 다가올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다. 
빌 게이츠는 IT 혁명을 선도했던 사람이다. 컴퓨터가 처음 등장하고 연구실에서 캐비닛 크기로 버티고 있던 것들이 
점차 작아져 가정집의 책상 위로 이동했을 때 그때도 인류는 불안했다. 
저 이상한 것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인류는 인류의 삶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남정욱 교수 명랑소설 일러스트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우리는 이제 컴퓨터와 인터넷이 없으면 하루도 버티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 나빠졌는가? 
의존도가 높아지기는 했지만 인류의 삶은 편리라는 측면에서 분명히 나아졌다. 
당시 빌 게이츠는 그 혁명의 선두에 있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을 그는 아마 두근두근 뛰는 가슴으로 바라보았을 것이다. 
바로 저기에 인류의 미래가 있다고 확신하면서.

그랬던 빌 게이츠는 왜 이렇게 변한 것일까. 간단하다. 나이를 먹었기 때문이다. 
뇌가 쪼그라들고 소심해졌기 때문이다. 당연히 생각도 협소해진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기계는 삶을 편리하게 하고 많은 것을 해줄 수 있으며 간호 로봇, 과일 따는 로봇 등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인공지능도 있다." 우리는 겨우 간호나 받자고, 과일이나 따자고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육체적인 한계 때문에 도전할 수 없는 탐사와 구조와 우주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그렇다. 
인류의 미래가 거기에 있기 때문에 그렇다.

이런 부정적인 미래관은 원래 미국 좌파들의 전유물이다. 
그들은 경제성장 시대가 끝나고 자본주의 근대 문명이 막을 내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유는 화석 연료가 다 떨어져 가기 때문이란다. 근거도 아주 기가 막히게 댄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석유를 대규모로 채굴하기 시작한 것은 1860년대부터다. 
이후 인류가 소비한 석유의 총량은 2조배럴쯤 된다. 
그런데 2조배럴 중 첫 1조배럴을 소비하는 데 130년이 걸렸고 나머지 1조배럴은 20년 만에, 
그러니까 1990년부터 2010년까지 다 썼단다. 
채굴 가능한 석유는 1조배럴쯤 남았는데 진행 속도로 보아 10년이면 다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그러니까 결론은 인제 그만 성장을 멈추고 공동체적인 삶을 추구하자 뭐 그런 주장이다.

사실일까? 새빨간 거짓말이다. 채굴 가능한 석유의 총량은 늘어났고 여기에 셰일 가스 혁명까지 더해졌다. 
적어도 자원에 관한 한 인류의 미래는 (당분간) 낙관적이라는 말씀이다. 
그리고 석유의 마지막 한 방울이 떨어지기 전 인류는 또 어떤 식으로든 대체 에너지를 찾아낼 것이다. 
그리고 그 문명은 또 새로운 이름으로 한동안 인류의 삶을 끌어갈 것이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유머다. "석기시대가 돌이 다 떨어져서 끝났나요?"

인류의 미래에 대해 '어르신들'은 호들갑을 멈추시라. 그건 그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이 고민할 문제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생각지 못한 전혀 새로운 답을 찾아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