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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길을 묻다] "국가적 도덕 再무장부터… 대통령이 비전 제시해야"

바람아님 2015. 2. 15. 17:10

(출처-조선일보 2014.05.07 박해현 전문기자)

[1] 암 투병 중에도 나라 위한 苦言… 소설가 복거일

침몰 현장, 어민 상부상조가 많은 생명 구해
협력 정신 살아나야 도덕적으로 건강한 사회 된다
부패가 제도화된 나라… 官 규제 줄면 뇌물도 줄 것
시장서 개인의 권한 키우면 도덕성 되살릴 수 있어
슬픔 오래가면 사회 휘청… 이젠 '회복' 논해야 할 때
정치적 이용 안돼… 野, 협력하며 대안 제시를

소설가 복거일씨는 본지 인터뷰에서 "도덕적으로 건강한 사회를 세우려는 시민 의식의 성숙이 필요한 때"라고 역설했다. 
그는 자유시장경제를 옹호하는 논객답게 "시장에서 도덕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정부 규제가 줄고 개인의 권한이 늘어나면 도덕심도 커진다. 개인들이 시장에서 공동 이익을 위해 서로 협력하며 신용을 
쌓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정부 권한이 크다 보면 개인들이 작은 이익을 위해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게 된다. 
부패의 제도화로 인해 사회적으로 불신이 커지면 협력이 부실해지고 도덕이 약해진다."

그러나 그는 "시장만으로 도덕 사회가 이뤄지진 않는다"면서 "개인이 각자 할 일을 다하면서 플러스 알파까지 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각자 생업에 충실하면서 이웃을 돌보고 배려하는 게 플러스 알파라는 얘기다.

소설가 복거일씨는 “진화생물학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슬픔을 느꼈기 때문에 진화했다”며 “슬픔과 애도는 그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게 하자는 다짐을 담고 있기에 인류의 삶이 계속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가 복거일씨는 “진화생물학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슬픔을 
느꼈기 때문에 진화했다”며 “슬픔과 애도는 그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게 하자는 다짐을 담고 있기에 인류의 삶이 계속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원 기자
복거일씨는 창작 활동 이외에도 '정의로운 체제로서의 자본주의'를 비롯한 여러 이론서를 집필해 지식인 사회에서 
자유주의자로 꼽혀왔다. 그는 2년 전부터 간암 투병 중이다. 
그는 "항암 치료를 받다 보면 힘이 들어서 글을 쓰기 어렵다"며 "삶이 남아있는 한 글을 더 쓰고 싶어서 항암 치료를 받지 
않는다"고 선언한 채 집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현실에 대해 지식인으로서 소신껏 발언하고 있는 
작가를 만나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에 대해 물어봤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수습 노력을 어떻게 보는가.

"이번 참사처럼 큰일이 일어난 뒤에는 국가든 개인이든 사실 할 일이 많지 않다. 
육지가 아닌 바다에서 일어난 재난이라 더 수습하기 힘들다. 어떤 정부가 대응해도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어려운 일이다. 
해경의 구조 활동이나 정부 대응에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너무 심하게 비난하기만 할 정도는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고 상상할 순 없다. 박 대통령이 지금껏 대응을 잘했다고 보지만 아쉬운 점은 
사과를 하면서 아울러 우리 사회가 나아갈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세월호 참사는 작은 이익을 탐하다가 도덕을 외면했기 때문에 일어났다. 청해진 해운은 돈을 더 벌려고 과적을 했고, 
안전 담당자는 그 사실을 무시했고, 이를 감독해야 할 기관과 공무원도 평소 관행대로 외면했다. 
흔히 작은 이익을 추구하다 도덕에 어긋나는 일을 저지른다. 
백화점이나 극장 비상구가 자물쇠로 잠겨 있는 것은 건물주가 좀도둑을 막겠다는 작은 이익을 먼저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약의 사태에 위협받을 생명 가치를 무시함으로써 도덕을 외면한 것이다."

―도덕심 회복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도덕적으로 건강한 사회가 되려면 사람들 사이에 협력 정신이 되살아나야 한다. 
이번에 세월호가 침몰하자 주변에 있던 어선들이 다 몰려와서 많은 사람을 구해냈다. 어민들은 상부상조 전통이 몸에 배어 
있어서 생업을 팽개치고 사고 현장에 달려왔다. 어민들의 도덕심이 발휘된 덕분에 대부분 생존자를 살린 셈이다."

―세월호 참사로 공직 사회를 향한 국민 분노가 높아졌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이 있다. 시장에서 정부의 간섭과 개입을 줄여야 한다. 
정부 권한이 커지면 개인은 뇌물로 규제를 피해 가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선 공무원이 서류 하나 처리하는 데 공정가격이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아다닌다. 
그러다 보니 부패의 제도화가 관행이 됐다. 이걸 깨뜨리려면 시민이 고발하고 저항해야 한다. 
사회를 뭉치게 하는 요소는 혈연과 협력이다. 인간이 문명을 만들면서 혈연보다 타인과의 협력이 더 커졌다. 
공동의 이익을 위해 타인과 거래하면서 신용을 쌓고 정직해진다. 
시장에서 개인의 경제활동이 도덕을 향상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나친 시장 경쟁으로 인해 도덕이 약해지기도 하지 않는가.

"물론 시장만으로 다 되는 건 아니다. 사소한 도덕률을 지키려는 시민 의식이 높아져야 한다. 
가래침 뱉지 않기, 공원에서 삼겹살 굽지 않기, 음식점에서 아이들 뛰어다니지 못하게 하기 등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도덕 법규가 얼마나 많은가. 우리 사회는 도덕 재무장 운동이라도 벌여야 한다. 목욕탕에서 누군가 물을 낭비하면 
꾸짖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 그럴 용기가 없다면 옆에서 한마디 거들어주기라도 하면 된다."

―온 나라가 트라우마에 빠져 있는데 이를 어떻게 치유하는 게 바람직한가.

"공자는 '슬퍼하되 상처받지 말라(哀而不傷)'고 참 옳은 말을 했다. 슬픔이 너무 격해지고 오래가면 건전하지 못하다. 
사람들이 정부 관계자들 탓을 많이 했으니까 이제는 다른 방향으로 논의를 해야 한다. 
참사에서 사회 건강 회복으로 논의의 방향을 옮기는 게 바람직하다."

―야당은 국정조사와 함께 대통령 책임론을 본격적으로 꺼내고 있고, 
여당은 야당이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비난하는데….

"세월호 참사를 어느 누구도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 
나라가 위급할 때 제1 야당이 여당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이런 때일수록 정부와 협력할 것은 협력하며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고 조언을 해야 한다. 
야당 지도부가 약하다 보니 강경파에 휘둘려 정부 비난에 열중하는데, 이것은 야당에도 득이 될 리 없다. 
대통령이 사과를 해도 일부 시민 단체가 '대통령 하야' 주장까지 밀어붙이는 것은 야당 지도부가 설득력과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도심에선 '아이들을 살려내라'는 구호를 외치는 시위가 있었다. 
이런 시위는 정부의 각성을 촉구하는 기능을 할 수도 있고 
우리 사회의 반목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기능을 할 수도 있는데 이를 어떻게 보는가.

"자유주의와 전체주의는 도덕의 기준에서 차이가 난다. 자유주의는 도덕의 객관적 기준이 있다고 본다. 
전체주의는 지도자가 제시한 사회적 목표에 도움이 되면 그게 '선(善)'이다. 
전체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목표에 방해가 되면 진리도 거짓으로 바꾼다. 
우리 사회 체제를 무너뜨리고 전체주의 체제가 옳다는 사람들이 대개 그런 입장이다. 
그들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거짓말로 선동하고 다른 사람의 불행을 이용할 수 있다. 
모두 그러진 않지만 일부는 그런다. 
그들 중 일부는 사회를 교란하고 체제 불안을 일으키는 게 자기가 수립하려는 체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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