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2.16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송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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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론 뒤에 쓴다
가난한 선비가 살림살이는 옹색할망정 조물주에 다 맡기고 살아가는 것이 기쁘다. 숲과 꽃을 힘들여서 재배할 일도 없고 못을 파고 폭포 만드는 공사는 벌리지도 않는다. 물고기랑 새랑 제풀에 와서 벗이 돼주고 시내와 산은 집을 에워싸고 창문을 보호한다. 그 속의 참 즐거움은 천 권의 책에 있나니 손길 가는 대로 뽑아 보면 온갖 잡념 사라진다. |
| 題樂志論後
貧士生涯本隘窮(빈사생애본애궁) 卜居惟喜任天工(복거유희임천공) 林花不費栽培力(임화불비재배력) 潭瀑元無築鑿功(담폭원무축착공) 魚鳥自來爲伴侶(어조자래위반려) 溪山環擁護窓櫳(계산환옹호창롱) 箇中眞樂書千卷(개중진락서천권) 隨手抽看萬慮空(수수추간만려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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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암(順庵) 안정복(安鼎福·1712~1791)이 전원에서 사는 멋을 노래했다. 자유롭게 사는 행복을 노래한 중장통(仲長統)의 '낙지론'이란 글 뒤에
- 써서 자신의 삶도 그보다 못하지 않다는 행복감을 표현했다.
- 시골에 사는 옹색한 인생이라고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 조물주가 하는 대로 내버려둬도 다 괜찮다.
- 가만있어도 숲과 꽃, 못과 폭포가 눈을 즐겁게 하고,
- 부르지 않아도 새와 물고기가 찾아오고 산과 물이 집을 꾸며준다.
- 그렇게 사는 것만도 충분한데 마음 가는 대로 책을 꺼내 읽는 여유로움까지 누린다. 세상에서 누리는 청복(淸福)이란 이런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