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2.23 손관승 '괴테와 함께한 이탈리아 여행' 저자)
청첩장을 받았다. 마흔 넘은 후배에게서 받은 소식이라 기쁨 두 배였다.
그는 홀로 제주도 올레길 여행에 나섰다가 게스트하우스에서 뜻밖의 인연을 만났다고 했다.
앞만 보고 달리던 어느 날 문득 성취 중독자가 된 자신을 발견하고 1주일 휴가 받아 올레길을 걷고
또 걷다가 운명의 물꼬를 바꾼 것이다.
나에게도 그런 여행이 있었다.
나에게도 그런 여행이 있었다.
직장에 휴직원을 내고 베를린으로 떠났던 30대 후반의 도전이 그 첫 번째다.
휴일 없이 미친 듯 달려오다 더 이상 에너지가 솟아나지 않아 떠났다.
분단의 터널에서 막 벗어난 상처투성이 도시에서 나는 현대사의 민낯과 인간의 100가지 얼굴을 보았다.
창조와 파괴의 생생한 현장이었다. 글 쓰는 이에게 이보다 더 멋진 상상력 발전소가 있을까.
스파이와 정보기관, 신유목민을 주제로 쓰는 저자가 될 수 있던 것은 이 경험 덕분이다.
1년 전 떠났던 여행도 나의 인생 궤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1년 전 떠났던 여행도 나의 인생 궤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대표이사 임기에 마침표를 찍은 후
나는 괴테의 책을 품에 안고 알프스 산맥을 넘어
이탈리아로 향했다.
200년 전의 위대한 여행자 괴테는 이렇게
묻고 있었다.
"너는 옛날에 미쳤거나 아니면 지금 미쳐 있다!"
세상 중독 가운데 가장 무서운 것이 성취 중독이다.
세상 중독 가운데 가장 무서운 것이 성취 중독이다.
독 기운이 영혼을 잠식하는 줄도 모르고 달려오다
번 아웃(burn out) 직전 상황이 된 것이다.
술 많이 마신 다음 해장국을 먹듯, 정신적
해독을 위한 디톡신으로 여행만 한 게 없다.
여행에서 돌아왔다고 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문 하나를 확실히 닫은 뒤에야 비로소 새로운 문이 열리는 법이다. 명함과 직함부터 잊었다.
여행이 가르쳐준 메시지다.
마침내 할 일이 하나둘 찾아오기 시작했다.
비록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의미 있는 일들, 바로 내가 원하던 것들이다.
긴 겨울도 끝나간다.
마음의 겨울도 그럴 것 같다.
여행은 그렇게 위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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