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2.25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유라시아를 정복한 칭기즈칸의 무덤은 어디에 있을까?
칭기즈칸의 신하와 가족들은 칭기즈칸의 무덤이 도굴될 것을 우려해 무덤과 관련된 모든 사람을
죽이고 그 장소를 비밀에 부쳤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는 아무도 모른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칭기즈칸의 묘가 '부르한 칼둔'에 있다고 기록된 이래 많은 사람이 엄청난 금은보화를 생각하며
그의 무덤을 찾아 헤매고 있지만 허탕이다.
설사 그의 무덤이 발견된다고 한들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다.
칭기즈칸이 살던 12세기에 만들어진 몽골 부족의 무덤은 대부분 소형이며, 금은보화를 넣은 경우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칭기즈칸은 유라시아 전역으로 제국을 확대하며 서하(탕구트)와 전쟁하는
중에 객사했기 때문에 무덤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과 인력을 동원할 겨를도 없었을 것이다.
만리장성을 쌓고 자신의 내세를 위하여 거대한 왕릉과 병마용을 만들었던 진시황의 진(秦)제국은
중국 최초의 통일제국이었음에도 그의 사후 곧바로 멸망했다. 반면에 2009년에 중국 허난성 안양(安陽)시에서 발굴된
삼국지의 영웅 조조의 무덤은 남북 40m, 동서 20m 크기로 중국을 뒤흔든 영웅치고는 너무 초라하고 부장품도 없었다.
칭기즈칸은 겨울이 길고 여름이 짧아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척박한 초원에서 초인적인 의지로 제국을 일구어냈다.
그가 자신의 성공에 도취해 거대한 왕릉을 만들고 금은보화를 쌓아두려 했다면 몽골제국은 유라시아를 제패하기도
전에 역사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갓 일구어놓은 제국이 오래가기 바라는 마음에서라도 칭기즈칸은 완벽하게 무덤을 숨기려 했을 것이다.
칭기즈칸을 국가적인 영웅으로 떠받는 몽골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 중국도 칭기즈칸을 자국 역사의 영웅으로 간주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내몽골 오르도스시 근처에는 가짜 칭기즈칸의 무덤을 만들어 관광지로 만들었다.
굳이 칭기즈칸의 무덤과 화려한 보물이 없어도 칭기즈칸의 위대함은 충분히 알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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