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5-2-26
↑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올해 담뱃값 2000원 인상 여파로 예년에 비해 담배를 끊은 사람이 많다. 금연한 지 두어 달이 지나면서 김씨와 같은 고민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국립암센터의 임민경 금연콜센터장은 "상담 전화를 하는 사람 10명 가운데 3명꼴로 담배 끊고 살이 찐다고 호소한다"고 말했다. 금연과 체중 증가는 과연 인과관계가 있을까.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금연클리닉 이진영 교수는 "담배의 대표적인 금단증상 가운데 하나가 체중 증가"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금연을 하면 몸속 니코틴 수치가 줄어들면서 6개월 동안 3㎏ 정도 체중이 는다"며 "담배를 피울 때는 니코틴을 분해하기 위해 에너지가 소모되는데 금연하면 기초대사량이 약간 감소하면서 살이 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연 자체만으로도 보통 한 달에 500g가량 늘어난다는 뜻이다. 이 정도만으로 체중이 늘었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 이상 살이 찌는 이유는 이전보다 많이 먹기 때문이다. 니코틴 성분이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음식 섭취량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2011년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에는 니코틴이 뇌 시상하부에 있는 식욕·대사 조절 신경세포를 자극해 음식 섭취를 줄이고 체중 증가를 막는다는 내용의 논문이 실렸다. 당시 연구진은 "니코틴을 이용해 새로운 비만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담배를 끊으면 일시적으로 식탐이 늘 수 있는 건 나름 과학적 근거가 있는 셈이다.
게다가 담배를 끊으면 입이 허전해 간식을 많이 먹는다. 입맛도 살아난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서홍관(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의사) 회장은 "담배를 끊으면 입맛이 아주 새로워진다. 담배 냄새에 찌들어 있던 혀와 코의 감각이 회복되면서 입맛이 좋아지는 것"이라며 "버릇처럼 담배 대신 뭔가 자꾸 입으로 가져가고 싶어지는데 그럴 때 칼로리 높은 걸 먹으면 살이 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뱃살 고민 없이 담배를 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회사원 김주원(34)씨는 "정초에 금연한 뒤 오히려 살이 빠졌다"고 했다. 김씨는 "건강을 위해 담배를 끊는 김에 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거의 매일 출근 전 한 시간 정도 걷기운동을 하고 있다. 이진영 교수는 "금연 시작과 함께 주 3회, 30분 이상 유산소운동을 하면 살찔 염려도 덜고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도 가라앉혀 준다"고 설명했다.
식이요법도 중요하다. 금단증상 중 하나인 공복감이 느껴질 때면 물이나 녹차를 마시는 게 좋다. 입이 심심해질 땐 오이나 당근을 손가락 길이만큼 잘라 채소 스틱처럼 먹는다. 또 토마토 등 칼로리가 낮은 음식을 간식으로 먹는다. 의지만으로 식욕을 참기 힘들 땐 병·의원이나 보건소에서 니코틴 성분이 들어 있는 껌이나 패치, 금연보조제인 부프로피온을 처방받아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세계비만학회지 '오비서티 리뷰(Obesity Reviews)' 2004년 1월호에 실린 '금연과 체중 증가' 논문은 담배를 끊은 뒤 니코틴 껌을 씹으면 금연성공률이 높아지고 체중 증가를 막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논문은 금연을 시도했다가 체중이 늘어 포기한 20~30대 여성 100명을 대상으로 다시 담배를 끊게 하면서 니코틴 껌을 처방해 씹도록 했는데 80%가 금연에 성공했다. 이 가운데 체중이 불어난 사람은 5% 정도였다.
담배를 끊으면 이 밖에도 다양한 금단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두통이나 현기증, 손과 발의 저림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혈액 속 일산화탄소 수치가 떨어지면서 산소 공급이 잘되고, 혈압이 정상 수치로 떨어지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담배를 피울 때보다 기침이 잦아지기도 하는데 이는 담배의 니코틴 때문에 마비돼 있던 기관지의 섬모(더러운 것을 걸러주는 필터 역할)가 다시 제 기능을 되찾는 과정이다. 집중력 저하나 우울증, 피곤함 등 심리적인 증상도 있다. 서홍관 회장은 "체중 증가를 포함한 모든 금단증상은 일시적인 것으로 대부분 3개월 이내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한국건강증진재단 홍경수 실장은 "가족이나 동료에게 금연 의지를 밝히고 정서적인 지원과 격려를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주변 도움이 여의치 않다면 보건복지부 금연콜센터(1544-9030)나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통해 전문적인 상담을 받으면 금연에 성공할 확률이 커진다. 25일부터 일반 동네 병·의원에서 금연 상담·치료를 받아도 건강보험 적용이 된다.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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