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2.24 김승준 성우)
간혹 극장에 걸린 애니메이션을 보게 된다. 요즘 들어 비(非)성우, 즉 신인 개그맨이나 연예인들이 더빙을 맡는 경우가
잦아졌다. 불황이다 보니 작품성보다는 티켓 판매를 위한 홍보용인 경우가 많다. 열심히 준비해오는 경우도 있지만,
뜬금없이 유행어를 넣거나 복식호흡이 아닌 '생목'에서 터져 나오는 파열음이 몰입을 깨는 경우가 잦다.
최근 방송사 투니버스와 EBS가 신인 성우를 뽑고 있다. 3차까지 총 400대1 정도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지난해 12월 KBS 40기 전속 성우 모집엔 3000여명이 몰려 12명이 합격했다. 소리를 내려면 온몸을 써야 한다.
말 그대로 열연(熱演)이다. 그래서 별의별 응시자가 다 있다.
과도하게 온몸으로 연기하다 몸이 마이크와 점점 멀어지는 경우는 다반사. 물론 탈락이다.
시험 강박에 덜덜 떨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차 안에서 말하듯 쉼 없는 바이브레이션을 뽐내는 경우도 있다.
웬만큼 준비한 응시생들도 이렇다.
2001부터 2009년까지 EBS '네모네모 스펀지송'에서 주인공 '스펀지송'을 연기했다.
2001부터 2009년까지 EBS '네모네모 스펀지송'에서 주인공 '스펀지송'을 연기했다.
바닷속 마을에 사는 개구쟁이 '스펀지송'은 목소리를 발랑 뒤집어 까야 소화할 수 있는 독특한 캐릭터였다.
혼자 한 달을 연구했다. 영화는 해당 배우의 캐릭터와 호흡을 연구해 발성하면 되지만, 의인화된 만화 속 캐릭터는
과장된 연기를 해야 한다. 고도의 숙련이 필요하다. '어깨너머 장인'이라는 말이 있다.
해당 집단의 경험과 노하우를 옆에서 오랫동안 곁눈질하며 체득하는 것. 성우도 마찬가지다.
잘 만든 애니메이션 하나가 강력한 문화 코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극장 옆을 지난다. 귀를 기울인다.
한 달에 두어 편 애니메이션이 걸리는 극장가,
지금 이 순간에도 성우들은 어디에선가 치열하게 목에 날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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