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독일 언론 일본서 할 말 한 메르켈에 "노련했다"

바람아님 2015. 3. 11. 11:31

연합뉴스 2015-3-11

 

 

軍위안부 발언도 보도…공영 NHK 보도 태도 비판

 독일 주요 언론은 10일(현지시간) 일본 방문에서 독일의 경험을 전하는 방식으로 과거사 직시와 반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발언을 주요하게 취급하며 그가 노련하게 문제를 다뤘다고 전했다.

이틀간 방일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메르켈 총리는 도쿄 체류 기간 아사히신문 연설 문답과 기자회견, 일본 야당과의 대화를 통해 군 위안부 문제 해결까지 거론할 정도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를 자극할만한 민감한 소재에 대해 할 말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이틀간의 일정으로 일본 방문차 9일(현지시간) 도쿄에 도착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아사히신문 본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대중지 빌트를 포함한 몇몇 언론은 이날 일본 언론을 인용한 보도에서 군 위안부 대신 성 노예 라는 용어를 써가면서 메르켈 총리가 야당과의 회동에서 군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소개했다.

메르켈 총리의 방일 직전 메르켈 총리가 일본에 '신중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도한 진보언론 쥐트도이체차이퉁은 '화해의 교훈'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메르켈 총리가 연설 장소로 일본 정부의 압력을 받는 아사히신문을 선택한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암묵적 신호"라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메르켈 총리는 일본 정부를 비판하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으면서도 영토와 과거사 문제를 지적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했을 것"이라며 "그는 일본에서 이 문제를 아주 노련하게 해결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본 공영방송 NHK는 메르켈 총리의 이런 발언을 무시한 채 관련 뉴스를 보도하며 "메르켈 총리가 연설한 장소를 그저 한 신문사라고 얼버무렸다"고 전하고 "이것은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학습능력 정도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도 꼬집었다.

중도 성향의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정상화로 가는 험로'라는 제하의 2면 톱기사에서 메르켈 총리가 "일본에 대한 비판 대신 왜 독일의 선택이 옳았는지를 알려주는 방식을 택했지만, 아베 총리는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지적에 대해선 불편한 반응도 보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FAZ 역시 아사히신문을 연설 장소로 선택한 것을 두고 "하나의 분명한 입장 표명"이라고 거듭 의미를 부여하고 NHK가 연설 장소를 특정하지 않고 메르켈 총리의 연설 내용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디 벨트는 '메르켈 총리의 평화 메시지'라고 제목 붙인 기사를 통해 메르켈 총리가 과거사 청산이 화해의 전제라며 "화해의 주체는 언제나 두 당사자"라고 부연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지난 8일 중국 당국이 과거 전쟁에 대해 일본 정부가 성실한 태도를 보여줄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 사실도 옮기면서 메르켈 총리가 각국은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전제한 채 독일의 경험을 말해주는 방식을 택했다고 소개했다.



 

메르켈 "일본, 위안부 문제 확실하게 해결해야"

[중앙일보] 입력 2015.03.11

오카다 야당 대표에게 밝혀
아베 정권의 태도 변화 촉구
요미우리 "일본·독일 협력"
아사히는 '과거·화해' 강조


일본을 7년 만에 1박2일 일정으로 방문한 메르켈 독일 총리의 발언을 다룬 요미우리 신문(왼쪽)과 아사히신문(오른쪽)의 1면. 과거사 관련 보도 입장이 180도 달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가 10일 오전 오카다 가쓰야 일본 민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군 위안부 문제의 확실한 해결”을 요구했다. [사진 지지통신]

 

일본을 방문 중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일본 야당 대표에게 작심하고 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메르켈 총리는 방일 마지막 날인 10일 제1야당인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과 일본은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다. 군 위안부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고 지지통신이 보도했다.


 메르켈은 또 “종전 70주년을 맞이하지만 중국·한국과 화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오카다 대표의 발언에 “과거를 완전히 정리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 새로운 시각이 나오기 때문에 항상 과거를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켈의 ‘군 위안부 문제 해결’ 발언은 전날의 ‘역사 직시’ 발언과 함께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군 위안부 문제는 법적으로 종결됐다”는 아베 신조 정권의 태도에 변화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일본 언론의 메르켈 총리의 방문 보도는 신문사 입장에 따라 판이하게 다른 모습을 보였다. 10일자 요미우리(讀賣)신문 1면 톱 기사에는 ‘과거’ ‘역사’란 글자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3면 메인 기사도 마찬가지다. 1면 제목은 ‘일·독 정기 협의하는 데 일치, 우크라이나 평화 둘러싸고’, 3면 제목은 ‘적극적 평화주의에 이해’였다. 기사도 “(아베 정권의 적극적 평화주의에 기반한 안전보장법 제정에) 독일이 다시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은 큰 원군이 된다” 등 양국 정상 간에 나눈 호의적 내용뿐이었다. 6개 면에 걸친 관련 기사 중 메르켈 총리의 ‘과거’ 관련 언급이 나온 건 3면 보조기사 끝부분의 “메르켈은 ‘나치가 행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라고 하는 우리가 떠안아야 하는 죄에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 것인지, 즉 과거사 정리가 화해의 전제가 된다’고 말했지만 (역사 문제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피했다”는 문장이 유일했다.

 우익 역사관을 지닌 산케이(産經)신문도 “그동안 독일 외교가 중국에 치우쳐 있었으나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과의 거리를 좁혔다”며 ‘일·독 실리적 접근’이란 제목을 달았다. 역사 관련 발언은 한 문장을 붙이면서 “한국·중국과 대립하는 일본을 빗대어 빈정댔다”는 표현을 썼다.

 7개 면을 할애한 아사히(朝日)신문은 180도 달랐다. 1면 톱 제목이 ‘과거의 총괄, 화해의 전제’ ‘독 총리, 역사인식 관련 회견에서 언급’이었다. 메르켈 총리의 발언을 상세히 전한 아사히는 1면 분석기사에서 “메르켈 총리가 역사 인식과 관련해 여기까지 언급할 줄은 사전에 예상을 못했다. 굳이 깊숙이 파고든 것은 한·중·일의 긴장이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독일에도 간과할 수 없는 현실적 위험이 됐다는 걸 상징한다”고 전했다.

 진보 성향의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역사 발언을 전하면서도 아사히와는 달리 “전후 70년 관련 논의는 적었고 ‘한·중·일’ 문제에 깊숙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