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일본 보수지의 적반하장 "일본에선 조직적 박해 없었다"

바람아님 2015. 3. 12. 10:14

[중앙일보] 입력 2015.03.11

 

 

일본 내 우익 성향의 산케이(産經) 신문이 11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방일 기간 중 '역사' 훈수에 발끈했다.

산케이는 이날 3면에 '메르켈 총리 나치와 일본 혼동했나'란 제목의 기사에서 메르켈이 전날(10일) 민주당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대표와의 회담에서 나치에 의한 범죄행위와 위안부 문제를 연계해 언급한 데 대해 "전쟁 전, 전쟁 중의 일본과 독재자인 히틀러가 이끈 나치 독일을 혼동한 것 같은데 이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미국은 동맹국이고 오랜 기간 (일본과) 지내와 아직 지식층은 (그 차이를) 알고 있지만 유럽 각국은 한국의 로비활동에 상당히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일 외무성 간부의 발언을 인용, "일본에선 군인들의 폭주에 의한 전쟁범죄는 있었지만 나치 독일과 같은 조직적인 특정 인종 박해·말살 행위 등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산케이는 또 일본의 전쟁 책임을 추궁한 도쿄재판 당시 "나폴레옹이나 히틀러(등 독재자)의 경우와 어떤 점에서도 동일시할 수 없다"는 소수 의견을 제시하며 일본 편을 들었던 인도의 라다비노드 펄 판사의 말을 제시했다.

신문은 "폰 바이체커 전 독일 대통령도 1985년 연설에서 '유대인이라고 하는 인종을 철저하게 말살할 것은 역사에 전례가 없다'고 했다"면서 "나치 독일을 재판한 뉘른베르크 재판에선 유죄 19명 중 16명이 일반 주민에 대한 섬멸, 노예화 및 인종적 박해에 따른 '인도적 범죄'로 유죄가 됐지만 도쿄재판에선 (일본인들이) 누구도 이 죄에 처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산케이의 주장은 같은 패전국이긴 하지만 일본의 경우 인종말살은 안 했으니 나치 독일과 같은 잣대로 과거를 반성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신문은 또 "일본의 이웃나라는 한국과 중국이며 독일처럼 프랑스와 폴란드가 아니다"며 "안이한 동일시, 혼동은 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북아 갈등과 대립의 책임을 은연 중에 한국·중국에 떠넘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일본 과거사 부정, 미국 향할 것"

[중앙일보] 입력 2015.03.10

과거사를 부정하는 일본의 역사수정주의가 결국 미국을 목표로 삼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의 데니스 핼핀 연구원은 9일(현지시간) 외교안보 전문지인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일본의 역사수정주의는 위안부와 난징 대학살을 놓고 시작하지만 해리 트루먼 대통령과 원자폭탄으로 끝나게 된다”고 주장했다. 핼핀 연구원은 “일본이 태평양 전쟁의 희생자가 되면 미국은 침략자가 되고 도조 히데키가 아닌 해리 트루먼이 전범이 된다”고도 밝혔다. 도조 히데키는 진주만 공습을 명령한 2차대전 전범이다.

핼핀 연구원은 “일본 정부의 역사수정주의 논리는 일본이 도쿄 공습이나 히로시마ㆍ나가사키 핵 투하 등에서처럼 연합군에 의한 전쟁 피해자라는 전제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수정주의는 야스쿠니(靖國) 신사 옆에 있는 박물관인 유슈관(遊就館 )에 잘 나와 있다”며 “이는 일본이 서구 제국주의의 멍에로부터 아시아인들을 구하기 위해 대동아전쟁에 나섰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핼핀 연구원은 이에 따라 “군 위안부나 난징 대학살을 부정하는 일본에 침묵하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질서를 만든 논리를 모두 무너뜨리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난징 대학살 때 최소 20만명의 중국인이 숨졌다는 게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기록돼 있고, 따라서 마쓰이 이와네(松井石根)를 추모하려는 것은 유대인 43만 7000명을 학살한 아돌프 아이히만을 추모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마쓰이 이와네는 난징 대학살 당시 중국 주둔 일본군 사령관이다. 핼핀 연구원은 “동아시아 과거사 문제와 미국이 관계가 없다고 여기는 이들은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