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5.14 임재홍 재즈클럽 '원스인어블루문' 대표)
애초 일본 도쿄에서 모이려고 하였으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장소를 서울로 옮긴 것이었다.
낮에는 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클럽에서 행사를 하기로 했다.
대사관에서는 1인당 금액을 정해놓고, 메뉴와 저렴한 와인을 준비해 달라고 했다.
버스 두 대를 나눠 타고 온 대사들은 자연스레 스탠딩 파티로 이날 행사를 시작했고
버스 두 대를 나눠 타고 온 대사들은 자연스레 스탠딩 파티로 이날 행사를 시작했고
주한 스웨덴 대사의 인사말과 저녁 식사, 재즈 공연 관람으로 이어지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행사가 끝나고 다들 돌아가는 시간, 무난한 진행에 안도하던 우리는 놀라운 광경을 마주하게 됐다.
60여명의 대사들이 계산대 앞에 일렬로 줄을 서는 것이었다.
누군가 한꺼번에 지불할 줄 알고 총계를 뽑아 놓았던 우리는 순간 당황했다.
개개인이 자기 신용카드로 미리 정해진 1인당 금액을 결제하겠다고 했다. 각자 출장비에서 정산하는 것이었다.
계산이 모두 끝날 때까지 담소하며 줄 서 있는 수많은 대사를 보며 우리는 낯선 풍경에 어리둥절했다.
한번은 주한·주중·주일 미국 대사 부부 6명이 클럽에서 저녁 식사 모임을 가진 적이 있다.
한번은 주한·주중·주일 미국 대사 부부 6명이 클럽에서 저녁 식사 모임을 가진 적이 있다.
식사에 와인 1병이 추가됐으니 1인당 1잔 정도 마신 것이다.
이들 역시 돌아갈 시간이 되자 펜과 메모지, 금액 내역을 달라고 했다.
열심히 무엇인가 계산하는데 각자가 지불해야 할 금액을 뽑고 있었다.
각자 주문한 금액별로 나누어졌고 와인 값은 제일 연장자인 주중 대사가 내겠다고 했다.
주말이라는 이유로 법인카드가 아닌 개인 신용카드 3장을 건네받았다.
비용을 각자 부담하니 과소비가 있을 수 없다.
요즘 젊은 세대는 더치페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듯하지만 중·장년층에서는 아직도 그렇지 않다.
선후배 사이, 갑과 을의 사이, 체면과 관행 때문에 선뜻 "각자 내자"는 말을 못한다.
계산대 앞에서 서로 내겠다고 밀고 당기는 모습이 늘 흐뭇하지는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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