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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창의적 연구 회피해왔다는 서울대 공대의 反省文

바람아님 2015. 7. 14. 07:26

(출처-조선일보 2015.07.14)

서울대 공대가 
"야구에 비유하면 배트를 짧게 잡고 번트를 댄 후 1루 진출(단기 성과, 논문수 채우기 등)에 만족하는 타자였다"고 
스스로 반성하는 백서(白書)를 발간했다. 
1991년 이후 24년 만에 나온 백서는 "학문의 세계에서는 만루 홈런(탁월한 연구 성과)만 기억된다"며 
"낮은 성공 확률에 도전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백서는 
"서울대의 연구성과와 세계적 인지도가 부족한 것은 실패 위험이 큰 창의적인 연구를 회피하는 교수들의 책임이 크다"고 했다. 
그 원인으로 교수들이 연구의 질보다 양으로 평가받고 있고, 과도한 수업 부담에다 외부 활동으로 바쁘고, 교수들 간 학문적 
소통이 부족하다는 점 등을 거론했다.

"온갖 것을 다 하는 백화점식 연구, 시대의 유행만을 쫓아다니는 동네 축구식 연구"라며 대학의 연구 풍토를 비판하기도 했다. 
백서는 또 "세계 최고 역량을 가진 교수는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해서라도 데려와야 하는데 학과에 해당 전공 자리가 나지 
않으면 임용되기 어렵다"며 교수 임용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년보장 심사가 교수들 간 온정주의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고도 했다.

백서 내용은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그동안 수없이 지적됐던 문제점들이다. 
그렇다 해도 변화와 개혁에 대한 저항이 강한 대학 사회에서 교수들이 솔직한 반성문을 내놓은 것은 의미가 있다. 
서울대가 질적으로 도약하고, 국가적 문제 해결의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이런 통렬한 자기반성부터 해야 한다.

기술대국 일본과 맹추격하는 중국 사이에 낀 우리 입장에서 공과대학의 성패는 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문제다. 
우리의 미래 시장은 전부 높은 과학기술적 문턱 너머에 있다. 
우리가 그 문턱을 넘어갈 수 있느냐에 대해선 조금씩 비관적 전망이 늘어가고 있다. 
주요 공대들이 답답한 현실에 돌파구를 열지 못하면 비관은 현실이 되고 말 것이다.

서울대 공대가 백서에서 밝힌 자기반성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교수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세계 수준의 학자라면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영입해야 하고, 적당히 자리 지키면서 서울대 명함을 들고 외부 활동에 바쁜 
교수들은 모두 물러나야 한다. 
현실 안주, 온정주의, 철밥통 지키기도 철저히 없애야 한다. 
그래야만 지지와 지원이 모인다. 길게 보는 연구, 만루 홈런 같은 연구도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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