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동서남북] 중국은 어떤 국가가 되려 하나

바람아님 2015. 8. 3. 08:25

(출처-조선일보 2015.08.03 지해범 동북아시아연구소장)


지해범 동북아시아연구소장중국 관영 신화통신사의 선하이슝(愼海雄·47) 부사장이 6월 말 공산당 이론 잡지 '구시(求是)'에 
장문의 글을 실었다. '중국 공산당이 왜 강력한 핵심 영도를 맡아야 하는지를 말한다'란 제목의 글이다. 
그는 "언제나 인민에 뿌리를 두고 인민의 행복을 만드는 공산당은 영원히 실패할 리 없다"면서 
"지난 90여년간 공산당원들이 분투하여 이룩한 기적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여기까진 괜찮았다. 주목을 끄는 부분은 그다음이다.

"서방 정당들은 모두 이익집단을 대표하는 도구이며 서로를 배척한다. 
서방 정당들은 개인 자본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금전(金錢) 정치가 불가피하다. 
다당제(多黨制) 경선이란 '부자들의 유희' '돈자루 민주'에 불과하다. 
(양당제인) 미국에는 '부자의 당'만이 존재한다. 
미국 부자들은 마음만 먹으면 백악관이나 국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선 부사장은 "중국 공산당이 영도하는 다당 합작(공산당이 이끌고 여러 정치단체가 협력하는 정치 방식)이야말로 
내부적인 소모를 줄이고 전체 사회를 돌보는 가장 믿을 만한 제도"라고 결론지었다. 
사실상 일당독재 국가인 중국의 지식인이 서구 민주주의의 가치를 한칼에 짓뭉개버린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민주국가들이 하나의 정책을 놓고 길고 긴 소모적 논쟁을 벌이는 것을 보면, 선 부사장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공산당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장기 전략하에 중단기 계획을 일관되게 밀고 나가는 장점이 있다. 
그 덕분에 중국은 30여년 만에 초강대국으로 우뚝 섰다. 권력 집중에 따른 부패 등 부작용이 있지만, 중국 국민이 공산당에 
자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자기 체제나 제도, 정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다른 체제나 제도에 대한 폄훼와 공격으로 나타날 때의 위험성이다. 
그런 독단으로 인한 내부적 손실은 문혁 때처럼 중국이 고스란히 안을 테지만, 그것이 밖으로 표출됐을 때 파시즘처럼 
주변국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중국에는 "언젠가 우리도 서방의 영향을 받아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와 다당제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하는 지식인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시진핑 체제 출범 전후로 '중국 현실에는 공산당 체제가 맞는다'는 논리가 주류를 
이루었다. 인터넷에는 다당제의 나쁜 점, 서방 정치의 폐단에 관한 글이 넘치고, 지식층에 이런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시진핑 주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모델로 강성했던 당(唐)을 자주 거론한다. 
당은 중국 역사상 유례없는 포용성과 다양성을 보여준 진정한 대국이었다. 최치원, 김운경 사례처럼 외국인도 시험을 거쳐 
관리가 될 수 있었고, 군대는 흉노·선비·고구려인이 장군으로 활약한 다민족 군대였다. 
외부 제도나 사상, 문화도 왕성하게 흡수해 중국화했다.

이에 비하면 지금의 중국은 개방성이나 다양성에서 후퇴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근 중국 정부는 새 국가안전법을 만들어 인터넷, 종교, 경제, 금융, 에너지까지 국가 안보 관점에서 통제하기 시작했다.

중국이 주변국들을 대등하게 존중하며 협력·공생하는 평화 지향의 대국이 될지, 
다른 나라 제도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자기 기준을 고집하는 패권국이 될지, 지구촌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만약 후자의 길로 간다면, 세계는 중국의 부상을 큰 위협으로 여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