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그림이 있는 아침]고흐의 자화상 같은 '가셰의 초상'

바람아님 2015. 8. 30. 12:15

한국경제 2015-03-23

 

고흐의 ‘가셰 박사의 초상’(67×56㎝), 1890년작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1888년 12월 고갱과의 말다툼 끝에 자신의 한쪽 귀를 자른 뒤 병원을 전전했다. 어느 날 고흐는 동료 화가 카미유 피사로의 소개로 파리 근교에 사는 의사 폴 가셰 박사를 만난다. 당시 우울증 환자였던 고흐는 가셰에게서 자신과 닮은 병적인 징후를 보았고, 그때부터 가셰를 자화상 그리듯 그려냈다.

고흐가 자살하기 6개월 전인 1890년 6월에 완성한 이 그림은 가셰를 그린 초상화 중 한 점이다. 오른쪽 팔에 머리를 괴고 몸을 기울여 탁자에 앉아 있는 가셰는 심장병 치료에 효험이 있는 디기탈리스를 들고 있다. 호소력 있는 붓터치와 멜랑콜리한 색감 등에서 거장다운 면모가 돋보인다.

동생 테오의 아내 요한나가 처음 소장한 이 작품은 프랑크푸르트 슈테델미술관, 히틀러의 수하였던 헤르만 괴링, 유대인 금융업자 크라마르스키 등에게 차례로 소유권이 옮겨졌다. 1990년에는 일본 제지회사 다이쇼와 명예회장 사이토 료에이가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8250만달러(약 860억원)에 사들여 열두 번째 주인이 됐다. 그러나 사이토는 3년 후 뇌물 공여 혐의로 재판을 받고 3년이 지나 세상을 떠났다. 열세 번째 주인은 누가 될지 궁금해진다.

김경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