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經濟(內,外)

[서소문 포럼] 미 금리 인상, 크게 걱정할 것 없다

바람아님 2015. 9. 11. 09:19
중앙일보 2015-9-10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과 자산가격의 관계는 산책 나온 ‘주인과 개’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주인을 졸졸 따라오던 개는 주변 환경에 익숙해졌다 싶으면 앞질러 내달리다 되돌아오곤 한다. 가끔은 딴짓을 하느라 한참 뒤처졌다 따라붙기도 한다. 그러다 길을 잃거나 애먼 곳에 용변을 보고는 애타게 주인을 찾기도 한다. 주인은 개를 찾아 꾸짖은 뒤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요즘 글로벌 증시의 흐름이 그렇다. 미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이나 중국의 성장률 둔화 등 경제의 펀더멘털에 새로울 것은 없다. 모두 예고되고 주지된 사실이다. 문제는 시장의 방종이었다. 온갖 낙관론으로 주가수익비율(PER) 50~60배의 종목을 양산하더니 거품이 꺼지자 미국과 중국을 탓한다. 내버려 두면 곧 위기가 닥칠 것처럼 요란을 떨기까지 한다. 주인에게 싸 놓은 똥을 치워 달라고 앙탈을 부리는 개의 모습이다.


김광기</br>중앙일보시사미디어 본부장
김광기/중앙일보시사미디어 본부장

 주인의 마음도 흔들린다. 엄할 땐 엄해야 하는데 말이다. 중국 정부는 증시 떠받치기에 나섰고,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17일 금리정책회의를 앞두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의 제로금리 마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이벤트다. 연준은 이번에 과연 금리를 올릴까? 그야말로 오리무중, 전문가들의 관측은 반반으로 팽팽히 맞선다. 냉정하게 따져 보면 미국이 지금 금리를 다급하게 올릴 이유는 없다. 연준의 통화정책 3대 목표인 물가 안정과 완전고용, 금융시장 안정 등을 봤을 때 다 그렇다.


 그래서인지 연준은 금리 ‘인상’이라는 표현을 삼가고, 에둘러 ‘정상화’라고 말한다. 이게 무슨 소린가? 위기 극복을 위해 비정상적으로 죽여 놓은 금리, 즉 돈의 가격을 정상적으로 살아 움직이게 만들어 놓고 싶다는 의미다. 제로금리를 지속한다는 것은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좀체 헤어나지 못하고 디플레이션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자인하는 꼴이 된다. 일본이 보여 줬다. 15년 제로금리의 세월 동안 경제는 침체의 나락으로 끊임없이 빠져들었고, 경제 주체들은 자포자기했다.


 얼마나 크게 올리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연준은 제로금리 탈피를 통해 미국 경제가 일본처럼 되지 않고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내외에 천명하고 싶은 게다. 당장은 고통스러울지 몰라도 그래야 경제 주체들도 제로금리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움직일 근력과 자신감을 되찾을 것이란 판단이다. 더구나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화 기준금리가 제로라는 것은 미국의 자존심 문제이기도 하다. 미 경제는 금리 인상에 시동을 걸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의 체력을 이미 확보해 놓은 상태다. 실업률이 5.1%까지 낮아지고 주요 기업과 금융회사들은 사상 최고의 실적을 내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9월이냐, 12월이냐의 시간 문제일 따름으로 보인다. 올리더라도 그 이후의 인상 폭에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년 말까지 잘해야 1% 후반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물가상승률이 내년에도 목표치(2%)에 미달할 것이란 게 주된 이유다. 고용이 늘어도 임금은 오르지 않고, 세계적인 총수요 위축으로 원자재 값도 낮게 유지될 전망이다. 2017년 이후로도 미국의 기준금리는 상당 기간 2~3%대에 머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된다는 얘기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금리 인상 타이밍은 9월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 어차피 맞을 매라면 빨리 맞는 게 낫기 때문이다. 한 방 얻어맞는 걸로 불확실성과 막연한 두려움을 떨쳐 버릴 수 있다. 그렇게 새 출발하면 시장은 다시 안정적인 상승 행보를 이어 갈 가능성이 있다. 일단 12월로 연기되면 안도감에 잠깐 환호할 수는 있다. 하지만 다시 찜찜한 공포감에 시달려야 할 것이다.


 미국이 금리 인상의 길로 들어서면 글로벌 자금 이동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경제가 취약한 국가에서 돈이 빠져나가되 강건한 나라로는 돈이 더 몰릴 수 있다. 한국의 운명은 어떨까? 더욱 강해진 경제, 기회가 넘치는 경제로 인정받는 게 필수다.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 개혁을 실행하면서 남북한 경제 교류를 확대해 나가야 하는 이유다.


김광기 중앙일보시사미디어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