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11.14 선우정 논설위원)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총리가 일본을 '날뛰는 말'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1971년 키신저 미 대통령 보좌관이 수교를 하러 몰래 중국을 찾았을 때다.
회담록을 보면 다투던 두 사람이 돌연 의기투합하는 대목이 나온다.
'일본은 속이 좁아'(키신저).
'섬나라 집단이기 때문이지'(저우).
키신저가 '일본이 핵무기를 만들 능력이 있다'고 하자
저우는 '미국이 제어하지 않으면 일본은 날뛰는 말이 될 것'이라고 맞장구친다.
▶키신저는 일본의 군국주의 속성을 억누르기 위해 미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병뚜껑론(論)'이다. 중국을 어루만지려는 외교적 수사(修辭)였지만 그의 진심이기도 했다.
그는 일본이 군사 대국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렇게 냉정한 키신저조차 바로 뒤통수를 맞았다.
미국이 애써 조성한 데탕트에 일본이 무임승차해 먼저 중국과 손을 잡았다.
당시 키신저의 분기탱천이 훗날 공개된 문서에 적혀 있다.
'여러 배신자 중 잽(Jap)이 최악이야.' 잽은 미국에서 일본인을 멸시할 때 쓰던 비속어다.
▶2차대전 패전 얼마 후 쇼와(昭和) 일왕이 맥아더 사령관 집무실을 찾았다. 맥아더는 담배를 건넸다.
일왕의 손이 떨렸다. "진주만 공습은 도조(당시 총리)가 나를 속이고 벌인 일"이라고 했다.
일왕의 주장을 맥아더는 받아들였다. 일본 통치에 일왕의 협조가 필요했던 탓이다.
전범(戰犯) '선 긋기'가 시작됐다. 국민을 속여 일본을 전쟁으로 몰고간 지도자만 단죄하기로 했다.
물론 정점에 일왕이 있었다.
그런데 "도조에게 속았다"는 한마디에 일왕은 '속은 자'로 둔갑했다.
역사적 코미디다.
▶일본은 '복 받은 패전국'이었다.
가혹한 단죄가 2차대전을 불렀다는 교훈에 따라 승전국은 배상받기를 포기했다.
냉전이 시작되면서 일본의 전략적 가치가 커진 것도 한몫했다. 최소한의 대가(代價)가 전범 재판이었다.
태평양전쟁 사망자는 3000만명에 이른다.
이 가공(可恐)할 범죄의 책임을 지고 사형을 받은 A급 전범은 일곱에 불과했다.
▶그런 일본이 뭐가 억울했는지 재판을 검증한다고 한다.
"전쟁 후 만들어진 법 '평화에 대한 죄'로 단죄를 했으니 무죄"라고 외치고 싶은 모양이다.
형식을 꼬투리 잡아 본질을 덮으려는 것이니 헛웃음만 나온다.
저우와 키신저 말대로 '섬나라 집단이라 속이 좁아' 이러나.
정말 '날뛰는 말'이 '병뚜껑'을 따고 튀어나오려고 이러나.
한·중·일이 과거사로 충돌할 때면 늘 일본 역성을 들던 미국의 속내가 궁금하다.
'잽이 최악'이라고 또 분노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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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레터] 용서는 오직 피해자의 권리일 뿐
(출처-조선일보 2015.11.14 어수웅 Books 팀장)
이번 주 번역 출간된 '과거의 죄'(시공사·권상희 옮김)는 소설이 아니라 8편의 법률 에세이입니다.
일본에 비해 독일이 훨씬 더 진실하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 것으로 우리는 알고 있지만, 양심적 독일 지식인에게는
이 책의 핵심 개념은 '집단죄'입니다.
법률가 슐링크는 나치 정권의 범죄가 수평적으로건 수직적으로건 '집단죄'였다고 말합니다.
과거의 죄 /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 권상희 옮김 / 시공사 펴냄 독일인의 집단 죄의식, 고대 게르만법 전통서 유래 "애도가 없으면 변화도 없다" 한일 역사문제에 시사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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