忠州房/곰탱이 日記

봄비는 나뭇가지 끝에....

바람아님 2013. 5. 2. 22:41

 

 

 

                                                                                 <서 서울 호수공원>

 

봄비는 나뭇가지 끝에..../곰탱이

 

후두둑 후두둑.......봄비는 소리 없이 온다고 했는데
어둠 깔린 창문 울리는 소리가 제법 크다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리는 복숭아 나무 사과나무가 기뻐할것 같다.
비는 아침까지도 약한 빗줄기가 계속 되었지만 곧 그치고 안개가 몰려 온다.

주섬주섬 작업복으로 갈아 입고 농원으로 나가 생기도는 나무들을 살폈다
하루밤 사이에 꽃 봉우리가 많이 벌어졌다.


생기 찾은건 나무만이 아니다 언제 생겼는지 온 천지에 잡풀이
무성하게 올라 와 있다. 땅을 헤집어 보니 빗물이 깊숙히 침투하지

못한듯하다 이정도로는 안돠는데, 더와야 해갈이 될텐데.....

은근히 걱정이 된다. 하느님도 참 어려운 직업인것 같다.


나같이 농사 짓는 사람들은 비를 더 달라 아우성치고
공장에서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 봄 꽃을 즐기려는 사람들은
제발 비좀 오지 말아 달라 소원한다 하느님도 혼란 스러울게다.
옛날에는 "農者 天下之 大本"이라 모든 우선권이 농부에게 있어
가믐이 들면 임금님도 기우제를 지냈지만

요즘은 가장 변두리가 농부인지라 입심 좋은 사람들에 밀려

목소리는 점점 더 소외된다.


게으른 농부에게는 땀을 흘리도록 가믐을 주시고
욕심으로 가득찬 농부에게는 홍수를 보냈다.
그러나 이제는 농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고 다른일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아져 그들의 요구에 귀를 기우려야 할 판이다.
게다가 농민을 위한다는 각종단체,협회등이 넘쳐나

정작 땅을 딛고 있는 농민의 소리는 더욱 작아졌다.


땅이 있어 곡식이 자라고 꽃이피며

곡식이 있어 농부가 있다.
옆에서 피고 있는 꽃을 보고도 스쳐가며 "참 곱다"말이 전부인

농부의 마음속에 꽃을 보고 즐기는 여유가 언제쯤 올수 있을까?
지금도 "農者 天下之 大本"은 유효한가?
자꾸만 몸이 움추려든다.

 

내일은 비가 좀더 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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