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장이가 까까머리 중학생이되어 교복을 처음 입고
찍은 사진하며 교복에 모자까지 쓴 사진들이 눈에 들어 온다
많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아버지 엄마한테도 안쓰던 존대말을
상급생들에게 하면서 기분 상했던 일,
교복입은 여학생이 어찌나 예뻐 보이던지 언제 부턴가 가슴속에
한 여학생을 품게되었고 그 앞에 서면 가슴이 쾅쾅 거리며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눈앞이 캄캄 했던일,
끝내는 고백한번 해보지도 못하고 그 이후
여학생 여럿 있는앞은 지나가지도 못했던 일,
여학생들에게 잘 보이려고 시 몇편, 문학소설 몇구절을
달달 외우며 문학을 아는 지식인인척 했던 일과
오늘 같이 비가 내리는 날이면 무슨 로맨티스트라고
우산도 없이 비를 철철 맞으며 걷던 일,
그 시절에는 그것이 멋이고 낭만이라 생각 했었다.
이무렵 작은 도시에서는 봄,가을 문학의 밤 행사가 있었고
여학생들과의 만남이 많지 않았던 당시 문학의 밤 같은 행사나
교회활동이 여학생들과 친해 질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다.
어쩌다 여학생과 친해져 데이트라도 할라치면
의례 찾는곳은 찐빵집이나 냄비우동집
번듯한 제과점도 있었지만 찐빵찌는 김이 작은 홀에 가득 넘치는
소박함이 있어(물론 돈도 없었지만) 자주 이용했었다.
그래서 그 때의 만남들은 갓 쪄낸 찐빵처럼 꾸밈이 없이 순수 했었다.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처럼........
창문 두드리는 빗 줄기소리가 제법 크게 들리는 걸 보니
봄비치고는 많이 오는 모양이다.
그로 부터 많은 세월이 흘러 얼굴에 주름살이 생겼어도
마음은 아직도 소년인가 보다.
빗바랜 사진첩을 보며 추억이 되살아 나고
무언지 모를 설레임이 이는 걸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