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 길 아카시아 꽃/ 곰탱이
따스한 햇살이 내려쬐는 오월
초등학교 유리창 너머로 풍금소리에 맞춰
아이들이 부르는 과수원길 노래소리가 들려온다
어디를 가나 과수원 울타리를 장식했던 아카시아
오월이 오면 하얀 꽃을 피워
바람부는 날이면 눈발처럼 날리고
옆에만 있어도 향기가 십리는 간다.
어렵던 시절엔 아카시아 꽃을 따 먹기도 하고
그 무렵 피어나는 하얀 찔레꽃잎과 새순을 따 먹기도 했다
밤이면 개구장이 아이들이 모여
복숭아 서리,참외서리,닭서리 같은걸 했는데
과수원 주인은 서리를 막으려고
가시가 달린 아카시아 나무를 심었다
이제 세월이 많이 흘러 서리라는 말이 사라지고
서리하다 들키면 도둑이되는 세상이 됐다
또한 환경이 변화되어 예전에 없던 병이 많이 생겨나고
그중에도 탄저병은 열매맺는 농작물에 치명적인썩음병이다
그 탄저병원균의 기주식물(寄主植物)이 아카시아 나무다
그래서 요즘 과수원 울타리에는 아카시아 나무가 없다.
오늘은 큰 맘 먹고 이젠 고목이된 몇그루 안남은
아카시아 나무를 베어냈다.
전기톱이 아닌 일반톱으로 자르다 보니 많은 시간이 걸렸다
오랜세월 든든한 과수원의 파수꾼이 었는데 이제는 천덕꾸러기가
되어 잘려 나가야만 하니 톱질하는 내내 마음이 안좋았다
비록,과수원 울타리에서 아카시아나무가 사라져도
오월이면 어김없이 하얀 눈송이와
향긋한 꽃내음은 어디선가 날아 오고
"과수원 길"노래는 초등학교 담을 타고 넘는다
하얀 아카시아꽃 따먹고 찔레꽃 꺽어 먹던 추억도,
왜 ! 아카시아꽃이 과수원길에 피어 있었는지도 모르는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