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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4년 만에 끝난 무역 1조 달러 .. 쪼그라드는 수출 한국

바람아님 2015. 12. 8. 09:25
 중앙일보 2015-12-8
어제 52회 무역의 날 기념식은 밝기는커녕 우울하기까지 했다. ‘사상 첫 세계 6위 수출국 도약’이라고 애써 포장은 했지만 잔뜩 쪼그라든 수출 대한민국의 위상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1억 달러 수출의 탑 수상 기업은 지난해 95개에서 59개로 38%나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았던 2009년 수준으로 후퇴한 것이다. 수출은 올 들어 11개월 연속 감소했다. 수출 한국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무역의 날은 ‘수출의 날’을 계승했다. 1964년 11월 30일 대한민국은 수출 1억 달러를 돌파했고 그날이 ‘수출의 날’이 됐다. 2011년 12월 5일엔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했다. 세계에서 아홉 번째다. 이듬해부터 수출의 날을 무역의 날로 바꿨다. 날짜도 11월 30일에서 1조 달러를 달성한 12월 5일로 옮겼다. 그런데 올해는 어떤가. 무역 1조 달러 달성은 진작 물 건너갔다. 11월까지 무역 실적은 8860억 달러에 그쳤다. 4년째 이어오던 1조 달러 시대가 올해 깨진 것이다.

 

 내년 이후의 상황도 밝지 않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둔화하는 경기를 끌어올릴 충분한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다음주 중 기준 금리를 올릴 전망이다. 수출 한국에는 모두 악재다. 가격은 중국에, 기술은 일본에 밀린다던 샌드위치론은 어느새 중국보다 기술이 떨어지고 일본보다 가격에서 밀리는 역(逆)샌드위치론으로 확대됐다.

 

 그렇다고 대외 여건 탓만 하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다 해야 한다.

   -.수출 지역과 품목의 다변화는 기본이요 주력 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향상과 국가적 신성장 산업의 발굴이 시급하다.

   -.수출 기업과 제품의 경쟁력 확보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중국을 따돌리고 일본을 밀어내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다. 경제 체질을 확 바꾸는 질적 변화가 필요하다.

      국가 개조에 맞먹는 각오와 실천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당장 노동·금융을 비롯한 4대 개혁부터 서둘러 마무리해야 한다. 내년 무역의 날엔 환하게 웃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