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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인상 임박에 글로벌 경제 휘청이나

바람아님 2015. 12. 14. 00:55
한국일보 2015-12-13

미국이 9년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세계 경제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이는 2008년 12월 이후 시작된 지난 7년간의 제로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 재닛 옐런(왼쪽) 미국연방준비제도 의장. 연합뉴스


13일 글로벌 금융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전문가들은 오는 15~16일에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가 현행 0.00~0.25%에서 0.25~0.50%로 0.25% 포인트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 부동산·주식·채권 가격 하락할까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10년 가까이 저금리와 양적완화로 흘러넘치는 자금에 의해 상승했던 부동산, 주식, 채권 등 자산시장의 폭락이 우려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글로벌 주택가격 지수를 보면 2000년 당시 전 세계 주택 가격을 100으로 잡았을 때 올해 1분기는 151.31로 금융위기 이전인 2006년 4분기의 149.29를 넘어섰다. IMF가 집계한 지수에 따르면 전 세계 주택 가격은 2008년 1분기 159.88로 정점을 찍고 2012년 1분기까지 하락했지만 최근 다시 150이 넘는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가격 상승이 실질 가치 상승보다는 각국의 양적완화에 힘입은 것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다. 투자은행 스탠더드차타드(SC)도 홍콩, 싱가포르, 중국, 한국의 부동산 시장을 분석하며 연준의 금리 인상과 함께 홍콩의 집 가격이 최대 20%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식시장도 요동칠 것으로 분석됐다. 전 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7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중국과 미국 등 주요 2개국(G2)의 증시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들 주요국을 모두 합한 전 세계 증시 시총은 2008년 12월31일 32조3,000억달러에서 최근에 63조8,000억달러로 늘었다.


문제는 시장 유동성 덕분에 최대 5배까지 부풀어 오른 주식시장이 한꺼번에 붕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0년에도 저금리 현상 덕분에 기술주에 돈이 몰리면서 '닷컴 버블'이 형성됐다가 곧 버블 붕괴를 경험한 바 있다.

버블의 조짐은 부동산과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채권 시장에도 번지고 있다. 독일을 비롯해 유럽 주요국의 단기 국채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으며 미국 국채 수익률도 상당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채 수익률이 낮다는 것은 국채 가격이 높다는 의미다.


여기에 최근 고수익 회사채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채권시장을 둘러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올해 미국 고수익 회사채 수익률은 -2%로 2008년 이래 처음으로 손실을 보였다. 이 같은 고수익 회사채 연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1995년 이후 단 4번뿐이다. 이는 경기하강의 전조로 풀이되기도 한다.


美 금리인상 압박, 한국 경제 영향은

미국의 금리인상은 세계 경제뿐 아니라 한국 경제에 영향을 준다. 특히 한국의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 자산가격 하락, 소비경기 침체 등의 부작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 회복세를 막고 가계와 기업의 금리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때문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1.5% 수준으로 한동안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0일 기준금리 연 1.50%를 6개월째 동결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꾸준히 이어지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가 좁혀지면 자본 유출입이 자유로운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이 생겨날 수 있다. 문제는 외국 자본의 이탈 규모와 속도다.

한국경제연구원도 13일 '미국 금리인상에 대비한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리스크 점검' 보고서를 통해 현재 우리 경제상황이 미국 금리 인상과 한미간 금리차 확대로 시장 불안이 가중됐던 2000년대 초반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금리 인상 타이밍이나 인상 폭의 비동조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1999년에서 2003년까지 우리나라는 신용카드 발급 등 급속한 신용확장 정책을 취해 닷컴버블 붕괴와 2003년 신용카드 대란을 겪었다. 이는 미국금리가 오르고 한미간 금리차이가 확대된 시기로 한경연은 해당 시기에 코스피 수익률 변동성으로 표현되는 주식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더욱 커졌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내수 진작을 위해 주택담보대출 확대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한은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급하게 뒤따라가지 않을 것임을 수차례에 걸쳐 밝혔다. 더불어 향후 경제 성장세가 이어지도록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혀 기준금리 인상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10일 금통위를 마친 뒤 "미국의 금리인상이 곧바로 한은의 금리인상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도 완만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한국 등 다른 나라가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한은은 내년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수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선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한국 경제가 수출 부진과 국제유가 추락 영향으로 내년에도 개선되기 어렵다는 어두운 전망에서다.


채성오기자 cs86@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