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經濟(內,外)

[기획] 가시화되는 대만-中 '반도체 國共합작'

바람아님 2015. 12. 15. 00:51
국민일보 2015-12-14

반도체 기술 유출을 우려해 중국 투자를 막아놨던 대만이 중국에 손을 내밀고 있다. 거대 자본으로 무장한 중국의 ‘반도체 굴기(?起·우뚝 서기)’가 시작되자 중국과 손잡고 세계시장 주도권 잡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6일(현지시간) 대만 반도체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대만 당국에 “중국 투자 규제를 풀어 달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대만 정부는 1980년대부터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면서 중국 기업의 대만 투자는 엄격하게 규제했다. 반도체 산업은 대만 수출의 40%에 달할 정도로 대만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투자를 허용하면 기술 유출 가능성이 높아 국가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국가 산업으로 적극 육성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반도체 산업 투자에만 1200억 위안(약 22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고, 지난 6월에는 향후 10년간 1조 위안(약 18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지난 7월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점유율 3위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인수를 제안하기도 했다. 칭화유니그룹은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지난 10월 샌디스크를 우회 인수하면서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진입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업체들은 중국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기술력을 높이는 동시에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가시화되는 ‘반도체 국공 합작’은 국내 기업에 큰 위협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 시장은 세계 반도체 수요의 절반에 달한다. 중국은 필요 물량의 90%를 수입에 의존할 만큼 큰 시장이다. 대만 반도체 업체들은 세계 시장의 15%에 달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고, 특히 파운드리(위탁가공) 시장의 70%를 차지한다. 말 그대로 ‘돈’과 ‘기술’이 만나게 되기 때문에 메모리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질 전망이다.

실제 지난 11일 칭화유니그룹이 135억 위안(약 2조4500억원)을 투자해 대만 SPIL, 칩모스 등 기업과 대만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먼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기술력을 확보해 한국을 따라잡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로 나뉜다. 메모리반도체에서는 국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절대 우위에 있다. 하지만 시스템반도체의 국내 기업 점유율은 5%에 불과하다. 때문에 스마트폰이나 스마트TV, 자동차, 사물인터넷 기기 등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대한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한국 기업들은 연구·개발과 선행투자를 통해 시스템반도체 균형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