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항 중 어구 9,000만원 파손하고도 나몰라라
뿔난 어민들 “정부가 피해 보상해야” 촉구
울릉군 “어업지도선 건조해야” 불구 정부 모르쇠
피항 규모는 감소… 동해안 북한수역 어자원도 고갈 방증
동해안 어자원 고갈의 주범 중국 어선들이 울릉도 어민들의 어구파손 등이 끊이지 않지만 정부는 대책마련에 손을 놓고 있어 불만을 사고 있다.
울릉군이 중국어선에 대한 효율적인 단속을 위해 신규 어업지도선 건조 등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내년 예산에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어민들은 기상악화로 중국어선들이 자주 울릉도 근처로 피항을 오는 이번 겨울철에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힐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울릉군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상악화로 울릉도로 피항한 중국 어선이 내린 닻에 울릉 통발어선 4척의 통발어구 1,820개가 분실돼 9,000만원 상당의 손실을 냈다. 하지만 가해 어선은 보상을 하지 않고 그대로 떠나 해당 어선은 피해액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게다가 대부분의 어선은 선박과 선원에 대한 보험이나 공제에 들어도 어구까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순에는 울릉도에 피항한 대형 중국어선에서 폐기름이 흘러나와 말썽이 났다. 울릉 어민들은 14일 “연안 어장의 부설어구 손괴는 명백한 중국어선의 피항으로 인한 손실인 만큼 정부차원의 대책 수립 및 보상을 요구하겠다”며 울릉군을 통해 경북도와 해양수산부 등에 공문을 보내는 등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같은 중국어선의 만행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중국 대형어선의 동해안 오징어잡이가 본격화하면서 시작돼 수 년 전부터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중국어선으로 인한 피해는 당장 오징어 어획량 감소로 이어진다. 중국어선이 북한 수역에서 조업을 본격화하기 전인 2003년 울릉도 오징어 어획량은 7,323톤. 하지만 지난해는 2,033톤에 불과했다. 중국 어선들이 회유성 어종인 오징어가 북한 수역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목에서 싹쓸이를 하기 때문이다.
피항 과정에 어구와 각종 시설물 피해도 만만찮다. 2013년 11월 울릉도로 피항한 중국어선이 해양심층수 ㈜파나블루의 취수관을 건드려 파손된 데 이어 지난해 같은 달 울릉 저도 해양심층수 취수관이 절단됐다. 국가시설도 손상을 입었다. 기상청 해저 지진계 케이블이 지난 2013년 11월 한 차례 파손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도 또 다시 망가졌다. 지난 2013년 12월에는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이 조성한 울릉연안바다목장 인공어초 시설이 부서졌다. 모두 대형 중국 어선들이 기상악화로 피항하며 내린 닻이 해저에서 끌리면서 일어난 때문으로 중국어선으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울릉군은 수 차례 정부에 대책 마련을 호소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최수일 울릉군수는 올해 초 국무총리실 등을 방문해
▦울릉도ㆍ독도 연근해 중국어선 출몰에 따른 법령검토와
▦중국어선 긴급 피항에 대한 피해상황 해결
▦오징어 어획량 감소에 따른 정부차원 보상대책 마련
▦울릉군 신규 어업지도선 건조 등을 요구했지만
단 한 건도 이행되지 않았다. 중국 어선 닻으로 파손된 해양심층수 취수관도 결국 울릉군이 나서 군비 2억5,000만원을 들여 복구 중에 있다. 올 2월 새누리당 포항 남ㆍ울릉 박명재 국회의원이 나서 대정부질문을 통해 북한과 직접 어업협정을 체결하는 방안과 신규 어업지도선 건조 지원을 주문했지만 무소식이다. 현재 울릉군 소속 어업지도선은 올해로 24년 된 낡은 27톤의 경북 202호뿐이다. 지난 2009년 6월 진수된 177톤의 독도평화호는 행정선으로 어업지도를 겸하고 있다.
중국어선의 마구잡이 조업으로 우려됐던 동해 어자원 황폐화도 현실이 되고 있다. 북한과 협약을 체결하고 북한 은덕 어장에서 조업했던 중국어선 배는 지난 2004년 140척에서 해마다 늘어 지난해 1,904척에 달했지만 올해는 839척으로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북한수역의 어획량 저조로 때문으로 중국 대형어선의 무차별한 남획으로 동해 어자원이 급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울릉군청 관계자는 “해수부 어업지도선 출동과 해경 순찰 횟수가 늘어나긴 했지만 중국 어선의 무분별한 남획을 막기는 역부족이다”며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 현황과 막대한 어업 피해 조사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