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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국산의 안방 습격, 생존을 건 반격이 필요하다

바람아님 2015. 12. 17. 00:51
중앙일보 2015-12-16

중국에선 세계 일류 기업이 신제품을 내놓으면 금세 복제품이 양산된다. 중국산이 ‘짝퉁’이나 ‘하류 제품’으로 불리거나 ‘싼맛에 중국산 와인셀러를 샀더니 보름 만에 고장났다’는 조롱과 에피소드가 넘치는 이유다. 이렇게 자만하던 사이 중국산은 한국인의 안방을 습격하고 있다. 흐름은 이미 대세로 보인다.

 지난해 중국 휴대전화 시장에서 샤오미(小米)가 삼성전자를 추월했다는 소식은 신호탄에 불과했다. 이달 중 샤오미 총판 계약을 따기 위해 국내 업체끼리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니 중국산이 우리 안방에 얼마나 깊숙이 진격했는지 알 수 있다. 또 중국 상용차 회사 포톤의 픽업트럭 ‘튠랜드’는 국내에서 소리 없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중국산의 국내시장 진격 사례는 나열하자면 한이 없다. 내년부터 발효되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이후에는 이런 흐름이 본격화한다. 하지만 속수무책이 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이 개방되면서 소비자 스스로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가성비’를 중시하면서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국내 대기업까지 중국산 제품 공급에 팔을 걷어붙였다. 어제 LG유플러스는 화웨이(華爲) 스마트폰 ‘Y6’ 시판에 나섰다. 출고가가 국내 스마트폰 중 가장 저렴한 15만4000원인데 지원금을 받으면 ‘공짜폰’이다. 국내 서비스센터까지 구축했다니 아랫목까지 진출했다는 얘기다.


 두 눈을 뜨고도 이런 지경이 된 것은 현실에 안주한 기업과, 규제로 발목을 잡아 온 정부의 합작품이다. 경쟁 당사자인 기업의 책임이 무겁다. 과거 미국·일본 기업의 전철을 그대로 밟았다. 미국 기업은 1970~80년대 일본의 후발기업들에 반도체산업의 주도권을 내줬다. 생존을 위해 기술 공유와 공동 연구개발(R&D)에 나섰지만 너무 늦어 손을 쓰지 못했다. 자동차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90년대 이후에는 일본이 조선·반도체·전기전자 분야에서 자만하다 한국에 우위를 빼앗겼다. 최근 중국의 기술 굴기(?起)에 쫓기는 한국 기업도 같은 처지에 빠졌다.


 산업은 후발주자가 따라오기 때문에 끊임없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 미국은 2000년대 정보통신기술(ICT)에서 돌파구를 찾 았다. 일본은 우주항공·로봇 분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간 한국은 일본의 전기전자 산업을 잠시 추월한 성취감에 취해 서서히 가열되는 찬물 속 개구리처럼 중국의 추격에 애써 눈을 감아 왔다. 기술도 권불십년(權不十年)이다. 이제라도 한국 기업은 주력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바이오·우주항공·전기차·사물인터넷 같은 첨단 분야에서 그간의 부진을 만회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기업의 출자제한·업종제한·입지제한을 확 철폐해야 한다. 중국은 2025년까지 프랑스·한국의 기술을 따라잡겠다고 선언했다. 개발연대의 관행대로 입지를 정해 주고 업종을 지정하는 식으로 기업의 성장과 진화를 가로막고 있을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