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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 ④] 중국이 미국을 이기는 길... 90년의 마라톤 레이스

바람아님 2015. 12. 15. 00:46
[J플러스] 입력 2015.12.14 

유상철 기자는 1994년부터 98년까지 홍콩특파원, 98년부터 2004년까지 베이징특파원을 역임했고,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 간 중국연구소 소장을 지낸 중국통입니다.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강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앞으로 중국은 어떻게 변모해나갈까요. 그에 맞춰 우리는 또 어떻게 적응하고 도전해나가야 할까요.
유상철 기자의 '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은 이같은 질문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칼럼입니다. 매주?월요일과 목요일 '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을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시진핑 시대의 키워드는 ‘중국꿈(中國夢, China Dream)이다. 2012년 11월 총서기 취임 후 2주 만에 그가 중국 인민에게 제시한 비전이다. 한데 시진핑이 이를 거론하기 2년 전인 2010년 이 중국꿈이란 말이 이미 중국 국내외적으로 한 차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2010년 1월 출판된 『중국꿈(中國夢)』이란 책을 통해서다. 중국 국방대학 교수 류밍푸(劉明福)가 저자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중국 언론은 물론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중미 수교의 다리를 놓았던 헨리 키신저 또한 2011년 펴낸 『중국 이야기(On China)』에서 수 차례 『중국꿈』의 내용을 인용하고 있다. 왜 그랬을까.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이를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중국 국방대학 정치위원인 류야저우(劉亞洲) 상장(上將)이 주인공이다. 그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한중 수교 이전 신분을 위장하고 여러 차례 한국을 드나들며 나름대로 한중 수교를 위해 애를 쓴 적이 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그의 추천사 내용이 아니다. 그의 신분이다. 류야저우의 장인은 중국 국가주석을 지낸 리셴녠(李先念)이다. 부인은 리셴녠의 딸인 리샤오린(李小林)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 회장이다. 리샤오린은 1953년생으로 시진핑과 동갑내기다. 어릴 적 함께 자랐고 현재도 막역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진다.

류밍푸의 『중국꿈』이 주목을 받는 건 시진핑 인맥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이 전하고자 하는 골자는 ‘중국은 어떻게 미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것인가’이다. 류밍푸는 중국이 미국을 뛰어 넘는 대국(大國)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대국인가. 네 가지 대국이다. 경제대국과 과기(科技)대국, 군사대국, 그리고 끝으로 문화대국이다. 경제적 힘에서 시작해 과학기술이 뒷받침되는 무력을 갖추고 마지막에는 남의 마음까지 살 수 있는 세계 문명의 스승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게 중국꿈이다.

중국이 세계 넘버 원의 대국이 되기 위해선 미국을 넘어서야 한다. 그렇다면 미국과의 경쟁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 류밍푸는 세 가지 싸움 방식이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결투식이다. 이는 전쟁을 말한다. 누구 하나는 죽어야 하는 것이라 바람직하지 않다.
두 번째는 권투식이다. 이는 냉전(冷戰)을 뜻한다. 글로벌 시대엔 서로 협력할 것도 많은데 냉전 모델을 따를 경우 중미 모두 피해가 막심하다. 역시 추구할 바가 아니다. 세 번째는 육상식이다.

육상 종목 중 100m 뛰기나 1만m 달리기가 아니다. 류밍푸가 말하는 바람직한 중미 경쟁은 마라톤 레이스다. 중미 경쟁은 지구전이며 문명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류밍푸는 마라톤의 42.195Km 거리를 90년의 시간으로 환산한다. 즉 미국과의 경쟁엔 90년이 소요되는데 이 90년을 30년 단위로 세 개로 나눌 수 있다. 첫 30년은 이 책이 2010년 정초 출판됐으니 2040년까지다. 이 기간 중국은 국가 GDP에서 미국을 추월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30년을 투자해 2070년까지는 종합국력에서 미국을 따라 잡자고 말한다. 그리고 또 다시 30년의 세월을 이용해 1인당 GDP에서 미국을 넘어서자는 것이다. 즉 2100년에는 미국보다 잘 사는 중국을 건설하자는 이야기다.

세계 최강의 국력을 자랑하다 19세기 중엽 이래 내리막 길을 걷기 시작해 100년의 치욕을 겪었던 중국이 향후 90년의 시간을 투자해 즉 22세기 진입과 함께 다시 세계 넘버 원의 국력을 회복하자는 게 바로 류밍푸의 『중국꿈』이 말하는 골자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류밍푸가 설계한 시간표대로 중국이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겁나는 건 세계의 많은 경제 기관이 중국의 국가 GDP가 미국을 추월하는 시점을 2040년보다 훨씬 빠른 2020년대, 늦어도 2030년대로 전망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