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새해 '동아시아 문제' 석학에게 듣다] "北, 결국 경제적 보상받고 핵동결 합의할 것"

바람아님 2016. 1. 5. 01:16
국민일보 2016-1-4

길버트 로즈먼(73)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는 국민일보의 두 차례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1차 인터뷰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마쳤으나 한국과 일본의 위안부 합의가 발표된 직후 본보의 추가 인터뷰 요청도 마다하지 않았다. 1차 인터뷰는 워싱턴DC 아인슈타인 천문관에서, 2차 인터뷰와 사진촬영은 로즈먼 교수의 자택 인근인 아메리칸대학 캠퍼스에서 진행됐다. 


한반도 주변 정세를 진단하는 석학의 면모는 날카로웠지만 사진촬영을 위한 포즈는 수더분한 이웃집 아저씨 같았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문답.


길버트 로즈먼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아메리칸대학 캠퍼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동아시아 관련 대표적인 석학인 그는 최근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협상 타결과 관련해 “일본 우익에 의해 합의정신이 뒤엎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길버트 로즈먼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아메리칸대학 캠퍼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동아시아 관련 대표적인 석학인 그는 최근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협상 타결과 관련해 “일본 우익에 의해 합의정신이 뒤엎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과 일본의 위안부 합의를 어떻게 평가하나. 아베 신조 총리는 사과했다. 그러나 가해 주체를 밝히지 않고 합법적 배상인지 여부를 분명히 하지 않아 위안부 할머니들이 반발하고 있다. 일본의 극우세력들도 지나치게 양보했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중요한 진전이다. 미국은 매우 환영하고 있다. 다수의 일본인은 지지할 것이다. 아마, 한국인 다수도 지지할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베가 총리 자격으로 사과하고 일본 정부 예산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지원하고,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겠다고 밝힌 것에 놀랐다. 아베는 그 대가로 최종적인 합의를 얻었고 소녀상 철거 노력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또 더 이상 해외에서 위안부 문제로 비난받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기대도 갖게 됐다.


일본의 우익세력이 이번 합의 정신을 뒤엎으려 할 것인가.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1998년 이후 일본이 한 약속은 행동과 달라서 한국인들이 실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한·일 관계가 낙관주의와 비관주의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패턴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는 (한·일 간의) 상황이 악화되더라도 이를 막기 위한 신속한 행동이 나타날 것이다. 미국의 달라진 노력이 그런 행동에 포함된다. 더 중요한 건 한·일 관계의 호전이 안보 협력과 경제적 지역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런 질문들이 차기 미국 대통령의 의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한·중·일 정상이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만나 화해와 협력을 선언한 이후에도 일본 정부와 학자들은 미국 고교 교과서에 실린 위안부를 삭제하라고 출판사를 압박했다. 한국과 중국은 일본의 이런 모순된 행보가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를 해친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교과서와 미국 내 여론을 바꿔 보려는 일본의 움직임은 역효과를 낳는다. 그런 시도는 미국 내 일본의 이미지를 해친다. 그러나 많은 미국인은 미·일 관계가 돈독해진 것에 만족할 뿐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그다지 주목하지 않고 있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6자회담이 2009년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6자회담이 재개되려면 당사자들의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지 않는 한 6자회담에 참여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대화가 중단됐다. 지금의 북한 태도를 볼 때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은 없다. 중국이 북한을 뺀 5자회담에 동의한다면 (핵무기 해제를 위한) 다자간 공동정책이 다시 모색될 것이다. 내 생각에 미국 정부의 입장은 유연하다. 정권교체가 미국의 목표는 아니다. 한국과 미국, 일본 세 나라의 긴밀한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은 북한에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라고 요구하지만 북한은 반복적으로 미국에 대한 핵 공격을 위협하고 있다. 이란 핵합의 방식의 돌파구가 북·미 간에도 가능할까.


“궁극적으로는 북한이 경제적 보상을 받고 어느 정도 핵동결에 합의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그건 미국의 요구가 아니라 중국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방식이 될 것이다. (북핵의) 돌파구를 찾는 주도적인 역할은 중국이 하게 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 정부의 미묘한 입장 차이를 조율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자신들의 전략을 고수하는 한 북·미 간 돌파구는 기대하기 어렵다.”


-내년에 새로운 미국 행정부가 들어서면 대북정책이 달라질 것으로 보는가.


“어떤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지금보다 유화적인 입장을 예상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북한과 중국이 어떤 합의를 하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당사자들 간의 대화를 보다 긴밀히 관찰해야 한다.”


-김정은이 북한 내부를 장악했다고 보는가. 북한 당국이 사회주의 배급체제에 어긋나는 ‘시장’을 묵인하고 있는데, 북한 내 시장의 출현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김정은이 권력을 통제하는 데 성공했는지는 모르겠다. 보이지 않는 내부 저항이 있을 수 있겠지만 지도력에 도전할 수 있는 수준인지 평가하기는 어렵다. 북한 내 시장의 성장은 오히려 정권의 생존에 도움이 되고 있다. 북한 내 시장은 매우 제약이 많고 대부분 중국과의 교역에 의존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이 내년 5월 전당대회를 연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김정은 지도체제의 강화를 위한 것이다. 이후 경제개혁이나 중국에 대한 정책의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통일 논의는 한국 내에서 공론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다른 파장은 크지 않다. 북한은 박 대통령의 구상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은 남북이 화해하는 길로 가는 것에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열망대로 한반도 통일을 지지할 것이다. 그러나 호전적인 북한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찬성하지 않는다.”


로즈먼 교수는 누구

동아시아 주요 국가 역학관계 연구 ‘명성’… 서울대 강단 서기도

길버트 로즈먼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는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동아시아 주요 국가의 역학관계를 주로 연구해왔다. 프린스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줄곧 이 학교 교수로 재직해왔다. 2000년 이후 북한 핵 위기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전략을 다룬 저작들을 잇따라 펴내 주목을 받았다. ‘북핵 위기의 전략적 사고’(Strategic Thinking about the Korean Nuclear Crisis : Four Countries Caught between North Korea and the United States), ‘중국-러시아의 세계질서 도전’, ‘아시아의 미끄러운 경사 : 북한을 둘러싼 삼각 갈등’, ‘아시아의 삼각 동맹’, ‘아시아에 대한 오해’, ‘동아시아의 국가정체성’ 등이 있다. 서울대와 연세대에서 가르친 적이 있으며 매년 1, 2차례 한국을 찾고 있다. 현재 아산정책연구원이 펴내는 영문학술지인 ‘아산포럼’의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워싱턴=글·사진 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