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우리는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유엔 안보리가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안을 마련하도록 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안은 종이호랑이에 불과했다. 이번에 마련할 추가 대북제재안도 약발이 확실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엔 안보리 15개 상임 이사국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절차를 감안해도 추가 대북제재안이 이행되기까지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 핵실험 때마다 유엔 안보리는 5차례나 대북제재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유엔 회원국들이 금지품목을 압수하거나 검사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2013년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 이후 제재이행 보고서를 제출한 회원국도 193개국 중 40개국이 채 되지 않는다.
북한의 핵무장을 반대한다는 중국의 결연한 의지도 약해지고 있다. 고강도 대북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대북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을 모양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8일 윤병세 외교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와 안정,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북핵 3원칙'을 재론했다. 그러나 중국이 이번에도 대북제재에 용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북핵 3원칙의 제1원칙인 한반도 비핵화는 물 건너갈 것이 분명하다. 만약 북한의 핵무기가 실전 배치된다면 일본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북한의 핵 반경에서는 중국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중국이 이번 기회에 북한의 핵 개발 중단을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북한은 무역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원유 수입은 100% 중국에 매달리고 있다. 중국이 대북 송유관을 통제하면 북한 사회가 붕괴 상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
미국은 북한 응징에 적극적이다. 방코델타아시아(BDA)식 금융제재와 같은 대북 압박과 고립을 다짐하고 있다. 그리고 한미동맹 약속 이행 차원에서 장거리전략폭격기 B-52를 한반도 상공에 배치하는 등 군사적 위협에도 나섰다. 그러나 미국의 전략자산 배치는 북한 핵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 아닌 일회성 무력시위에 불과하다. 대선 준비에 여념이 없는 미국은 오히려 책임을 중국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 미국이 10년간 채택한 '전략적 인내' 정책이 실패했음을 시인해야 한다고 본다. 러시아도 북핵 저지보다는 미국에 대한 견제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의 'B-52' 장거리 폭격기 한국 투입에 대해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프란츠 클린체비치 러시아 상원 국방안보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북한을 상대로 독자적 대응 조치를 취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이 북핵 제거를 위해 강력한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그 틈을 타 김정은은 정권의 운명을 걸고 핵 개발에 가속 페달을 밟을 것이다. 우리가 그냥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만은 없다. 그리고 더는 머뭇거릴 시간도 없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은 2008년 이후 작동 중단 상태다. 중국을 설득해 새로운 틀을 마련해야 한다.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5개국들의 5자회담이라도 열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는 13일 북핵 문제를 포함한 국가 현안과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할 예정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선언적으로 촉구하는 것으로는 약하다. 핵ㆍ경제 병진 노선을 포기하도록 주변국을 설득하고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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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불' 켜진 중국의 '대북제재' 선택은 과연?
노컷뉴스 2016-1-11-18:13특히 한미일은 북한의 연속된 도발에도 중국이 대북 포위망의 ‘빈틈’으로 작용하면서 실효성있는 제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대(對)중국 압박에 강하게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한·미·일 3각 공조를 통해 중국을 너무 몰아세우면 전통적인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구도가 부각되면서 오히려 북핵 문제 해결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中, '대화' 강조하면서 또 北 감싸기…'中 무책임' 비판 거세져
중국은 지난 6일 북한 핵실험 이후 초반에는 다소 강한 톤의 비판을 쏟아냈으나 이후 '냉정'과 '합당한 대응', '대화를 통한 해결'을 거론하며 다시 기존입장으로 되돌아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기존 대북 접근법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지적에는 북핵 문제는 중국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책임이라면서 불쾌감까지 드러냈다.
중국은 과거 북한의 3차례에 걸친 핵실험 당시에도 안보리의 대북제재에는 동참하면서도 고강도 제재에는 반대했다. 줄곧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우회적 표현으로 북핵불용을 강조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채찍'에는 인색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 패널들이 중국 측의 비협조로 베이징을 한 번도 방문하지 못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중국 입장에서는 지정학적, 안보적 '완충역할'을 하는 '전략적 자산'으로서의 북한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유엔 안보리의 잇따른 대북 제재결의안에도 북한은 4차례나 핵실험을 되풀이했고, 갈수록 핵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한·미·일은 중국이 이번에도 대북제재에서 '립서비스'만 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또 미국과 어깨를 겨루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고, 미국에 신형대국관계를 요구하며 국제사회에서의 역할 확대를 모색하는 스스로의 주장과도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역할이 강조되는 것은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북·중관계 악화로 설득을 통한 대북 지렛대는 다소 약화했을지 몰라도 북한이 경제의 절대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중국만이 북한이 가장 아파하는 급소를 찌를 수 있다.
북한은 중국에 대외무역의 90%를 의존하고, 특히 에너지 수입의 92%를 기대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원유 공급 중단 또는 감축’에 나설 경우 북한의 ‘생명줄(life line)’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중국 단둥(丹東)의 송유관을 통해 들여온 원유를 봉화 화학공장에서 정제해 사용하는데 중국이 송유관을 차단하면 휘발유와 경유, 중유 등 사회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석유제품의 공급이 크게 줄게 된다.
이럴 경우 일반 수송 부문은 물론 군사부문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사회경제 활동이 마비되고 인플레가 발생, 물가가 치솟으면서 사회 불안이 급격히 높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체제의 붕괴까지도 불러올 수 있는 원유 공급 중단은 중국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북중관계가 냉랭했던 지난해 중국 해관총서(세관) 통계에 북한으로의 원유 수출량이 ‘0’으로 나타나면서 한 때 원유 공급이 중단된 것 아닌가 하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북한 내 생산시설 가동 저하, 수입처 변경 등의 정황이 없고 중국산 원유를 정제하는 봉화 화학공장이 정상 가동되는 점에 비춰 중국으로부터 예년 수준의 공급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베이징(北京)의 한 소식통은 “저장시설이 취약한 북한은 중국의 지원 없이는 3개월도 못 버틸 만큼 원유 비축분에 여유가 없다”며 “북한의 대혼란을 초래하는 강력한 수단이어서 중국이 파이프를 잠그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특히 “만일 중국이 그런 카드를 쓸 때는 북한의 핵실험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북한이 중국의 영향력에서 이탈해 미국으로 지나치게 기울 때”라고 덧붙였다.
한·미·일의 압박이 지속되면서 중국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미국이 장거리 전략 폭격기 B-52를 한반도 상공에서 비행시킨 것과 관련해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 아니냐며 경계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중국정부는 11일 미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진입에 대해 "동북아의 평화 안정을 수호하는 것은 각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며 "절제하고 긴장상황을 피해야한다"며 사실상 반대입장을 분명히했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뤼차오(呂超) 랴오닝(遼寧)성 사회과학원 연구원 인터뷰를 통해 미국이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것은 동북아지역의 균형을 깨트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미국이 북한의 이번 핵실험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폭격기를 띄운 것이라면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라며 "북한의 핵실험은 미국에 '아시아태평양 회귀 전략'에 새로운 구실을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회귀 전략'의 목표가 대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는 데 있다고 여기며, 미국이 북핵을 빌미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고 한국과 일본이 합세하고 있다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한미일의 중국에 대한 군사적·외교적 압박이 지속되면서 '강대강(强對强)' 국면으로 치닫게 된다면 대북제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럴 경우 중국은 한반도 및 동북아 긴장 완화를 명분으로 대북제재 공조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 중국의 제재 카드는?
중국은 국제사회의 압박을 차단하려 애쓰는 한편 ‘합당한 수준‘의 ‘중국식’ 제재 방안을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중국 당국이 유엔 결의를 통한 다자간 대북 제재안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수준에서 제재방안을 결정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다만 “생명줄 절단과 같은 극단적인 수단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은 또 자체 제재방안 마련에도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검토하고 있는 방안에는 △북한산 무연탄 수입 차단 △임가공 무역과 건설자재 수출 중단 △통관 및 검역 강화로 인한 무역축소 △중국 관광객 북한 관광 금지 등이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중국은 북한의 돈줄을 쥐기 위한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중국 당국은 북한 관광금지와 함께 북한의 중국내 식당 운영, 북한노동자 송출 등 대중(對中) 투자사업의 목줄을 죄는 방향으로 새로운 제재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또 북한의 핵실험 지역과 가까운 동북3성 지역의 환경영향을 엄격히 조사해 방사능 오염물질이 조금이라도 검측될 경우 북한에 그 책임을 묻고 피해보상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는 방사능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중국 내부의 민심을 고려한 측면이 강하다. 실제 중국 당국은 과거와 달리 핵실험 직후 곧바로 동북3성의 대기물질 자동검측 시스템을 가동해 환경영향 조사를 벌였다.
[베이징=CBS노컷뉴스 김선경 특파원] sun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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