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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 16] 백성은 먹는 걸 하늘로 삼는다…시진핑의 먹거리 정치

바람아님 2016. 2. 2. 00:46
[J플러스] 입력 2016.02.01 14:12

유상철 기자는 1994년부터 98년까지 홍콩특파원, 98년부터 2004년까지 베이징특파원을 역임했고,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 간 중국연구소 소장을 지낸 중국통입니다.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강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앞으로 중국은 어떻게 변모해나갈까요. 그에 맞춰 우리는 또 어떻게 적응하고 도전해나가야 할까요.
유상철 기자의 '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은 이같은 질문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칼럼입니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을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시진핑의 1인자 굳히기는 권력으로 밀어 부친다고만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중국 인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인민의 마음은 어떻게 얻나. 선정(善政)을 베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백성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친민(親民)의 이미지 수립이 필요하다.

친민의 이미지 수립을 위해선 밥을 같이 먹는 식구(食口)임을 부각시키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그런 까닭인지 시진핑은 틈만 나면 서민과 어울려 식사를 한다. 이른바 시진핑의 ‘샤오츠(小吃, 간단한 먹거리) 정치’다.

시진핑의 먹거리 정치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그가 당 총서기에 오른 2012년 말부터였다. 그 해 12월 29일 시진핑은 영하 10도를 밑도는 매서운 추위를 뚫고 베이징에서 약 300㎞ 떨어진 허베이(河北)성의 푸핑(阜平)현으로 민정 시찰을 떠났다.

이때 중국 민간의 관심을 모은 건 시진핑의 식단이었다. ‘사채일탕(四菜一湯·네 가지 반찬에 국 한 그릇)’. 시진핑이 그날 먹은 건 현지인들이 흔히 먹는 채소와 닭고기볶음 등이었다. 물론 술은 없었다. 이후 이 사채일탕은 시진핑의 지방 시찰 때 표준 식단이 됐다.

시진핑의 검소한 식사에 중국 대륙이 열광하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1년 후였다. 2013년 12월 28일 점심 무렵 베이징 웨탄(月壇)공원 부근에 위치한 칭펑(慶豊) 만두집에 시진핑이 불쑥 나타났다.

시진핑은 줄을 서지 말고 주문하라는 주인의 호의를 사양하고 자신의 차례가 되기를 기다렸다. 그가 주문한 것은 시민들의 추천에 따라 돼지고기와 파가 속으로 들어간 만두, 그리고 간볶음과 갓요리였다.

모두 21위안(약 3560원). 이는 이후 ‘주석(主席) 세트’라는 이름으로 칭펑 만두집의 ‘대박’ 메뉴가 됐다. 시진핑은 만두집 손님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려 점심을 즐겼다. 이 모습이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를 타고 중국 전역으로 퍼지면서 두고두고 회자가 됐다.

2014년 2월 중순 시진핑이 대만 국민당의 원로 롄잔(連戰)과 회견한 뒤 함께 식사할 때는 고향 산시(陝西)성의 대표적 서민 음식인 양고기 국물에 넣은 만두가 등장했다. 시진핑의 한 고향 사람은 시진핑이 대접째 들어 국물을 마시는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다고 말한다.

시진핑이 서민 음식을 즐기는 것은 초급 관리 때부터 다져진 습관이다. 그가 관리로 첫 발을 내디뎠던 허베이성 정딩(正定)현의 옛 관리들은 시진핑과 함께 밥 먹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다 같이 큰 나무 아래 쪼그리고 앉아 밥을 먹는데 시진핑은 왼손 엄지부터 중지까지 세 손가락으론 밥그릇을 들고 나머지 무명지와 새끼손가락으론 반찬 그릇을 쥐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젓가락을 놀려 밥을 먹는데 바람이 불어 흙먼지나 나뭇잎이 날려 밥그릇으로 떨어지는 것을 개의치 않았다고 한다.


이 같은 시진핑의 먹거리 정치 행보에 대해 ‘쇼’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시진핑이 들른 칭펑 만두집도 사전에 철저하게 기획한 것이다. 만두집 부근 주차장 관리인이 이른 아침 ‘차 세워 들 공간을 확보해 두라’는 교통 관리의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주차 관리인은 당시 시진핑 밥값의 10배나 되는 200위안을 팁으로 받았다. 그러나 쇼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연출이라는 점이다. 이 점에서 시진핑의 먹거리 정치가 쇼인 것은 맞다.

그러나 다른 하나는 그 쇼가 대중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느냐의 여부다. 이제까지 시진핑의 먹거리 정치는 중국인에게 큰 기쁨을 주고 있다. 이 점에선 분명 성공이다. 시진핑의 먹거리 정치가 추구하는 것은 무얼까.

‘백성은 먹는 걸 하늘로 여긴다(民以食爲天)’는 중국의 오랜 역사에서 변하지 않는 금언이다. 그런 중국에서 관리는 흔히 육식자(肉食者)로 통한다. 서민이 채소로 허기를 채울 때 관리는 고기를 먹기 때문이다. 관리와 서민은 먹는 것에서부터 차이가 나는 것이다.

시진핑은 바로 이런 관념을 깨려 한다. 서민과 같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공산당과 서민의 거리를 좁히려는 의도에서다. 시진핑의 먹거리 정치 성공은 그의 1인자 이미지 굳히기에 절대적으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