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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 18] 시진핑은 펑리위안을 사랑하네…시진핑의 유행가 정치

바람아님 2016. 2. 13. 00:27
[J플러스] 입력 2016.02.11 08:00

유상철 기자는 1994년부터 98년까지 홍콩특파원, 98년부터 2004년까지 베이징특파원을 역임했고,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 간 중국연구소 소장을 지낸 중국통입니다.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강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앞으로 중국은 어떻게 변모해나갈까요. 그에 맞춰 우리는 또 어떻게 적응하고 도전해나가야 할까요.
유상철 기자의 '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은 이같은 질문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칼럼입니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을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연예인이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산다면 정치인은 국민의 지지를 먹고 산다. 시진핑이 중국 인민의 지지를 받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화법(話法)과 노래다. 시진핑은 우선 말투와 관련해 상투적인 관방 언어를 피하고 듣는 이를 배려하는 화법을 구사한다.

“여러분을 오래 기다리게 했군요.”

2012년 11월 15일 중국 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된 뒤 기자회견에서 시진핑이 던진 첫 말이다. “존경하는 내빈 여러분…” 따위로 시작되는 판에 박힌 중국식 인사 대신 기자들에 대한 안부 인사로 말문을 연 것이다.

2013년 7월 우한(武漢) 시찰 때는 한 여성에게 “미인이시군요. 안녕하세요”라며 악수를 청해 주민의 환호를 샀다. 인터넷 유행어도 거침없이 사용한다. 지난해 말 새해 축하메시지를 보내는 자리에서 시진핑은 “일을 잘하기 위해 우리 관리들이 ‘만핀’ 뛰고 있다”고 말해 네티즌의 웃음을 자아냈다. ‘만핀’을 우리 식으로 해석하면 ‘허벌나게’ 정도다.
 

 


다음은 그에 대한 호칭 유도다. 중국 관방에서는 시진핑을 ‘시쭝(習總)’이라고 일컫는다. ‘시진핑 총서기’를 줄인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박통’이라 부르는 셈이다. 그러나 민간에선 그를 ‘시따따(習大大)’라고 부른다.

‘따따(大大)’는 시진핑의 고향인 산시(陝西)성 방언으로 ‘아저씨(叔叔)’라는 뜻이다. 그의 총서기 취임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생긴, 그를 지지하는 인터넷 팬클럽의 멤버들이 붙여 준 별칭이다.

지난해 9월 시진핑이 전국 교사 대표와의 만남을 가졌을 때 한 교사가 “당신을 ‘시따따’로 불러도 괜찮습니까”라고 물었고 이에 대한 시진핑의 대답은 “예스(Yes)”였다. 이는 1984년 중국 건국 35주년을 맞았을 때 베이징(北京)대 학생들이 ‘샤오핑 안녕하세요’라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 행진을 했던 장면을 연상시킨다.

당시 중국 최고 영도인을 이렇게 부르는 것은 대단히 파격적인 일이었지만 개혁·개방을 추진한 덩샤오핑(鄧小平)에 대한 중국인들의 애정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란 평가를 받았다.

시따따에도 시진핑에 대한 기대와 애정이 흠뻑 담겨 있다. 인터넷상에서 시따따가 시진핑을 가리킨다면 ‘펑마마’는 부인 펑리위안(彭麗媛)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난해엔 ‘시따따가 펑마마를 사랑하네(習大大愛着彭麻麻)’라는 노래가 등장했다. 노래에서는 펑마마 대신 발음이 같은 펑마마(彭麻麻)를 썼다.

시진핑의 행동을 빗댄 노래는 또 있다. ‘만두집(包子鋪)’이라는 중국 민요풍 노래다. 이는 시진핑이 2013년 말 베이징의 칭펑(慶豊) 만두집을 불쑥 방문해 서민들과 함께 21위안(약 3560원)짜리 식사를 같이한 걸 풍자했다.

‘만두집에서 그가 내가 선 줄의 맨 뒤에 섰네’ 또는 ‘21위안어치 음식을 시켰지’ 등과 같은 가사가 등장한다. 이는 시진핑이 줄을 서지 말고 주문하라는 주인의 호의를 사양하고 자신의 차례가 되기를 기다렸다가 음식을 시킨 것이나 훗날 21위안짜리 ‘주석(主席) 세트’로 알려진 만두와 간볶음, 갓요리를 주문한 것 등을 빗댄 것이다.

노래는 반복해서 불려진다. 일종의 세뇌에 해당한다. 그렇게 시진핑은 중국 인민의 마음 속을 파고 들고 있다. 시진핑은 바로 이런 방식으로 중국인의 뇌리에 13억의 1인자로서의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