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歷史·文化遺産

130년 전 고종도, 거사 앞둔 이봉창 의사도..태극기의 다짐

바람아님 2016. 3. 1. 00:28
경향신문 2016.02.29. 17:05

나라가 기울고 있던 130년 전인 1885년. 고종은 ‘태극기’를 앞세우고 지금의 서울 종로 거리를 행차했다. 황색 천에 가로가 3m쯤 되는 위풍당당한 태극기는 나라의 자존심 이었다. 1897년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했을 때에도 거리에는 태극기가 걸렸다.

일제강점기, 독립을 염원했던 이봉창 의사(1901년∼1932년)는 일본의 심장 도쿄에서 폭탄을 투척하기 직전 태극기 앞에 섰다. 거사 직전 태극기 앞에서 그는 조국의 독립을 다짐했을 것이다.


3·1절 97주년을 맞아 <태극기 특별기획전>이 29일 광주시청 1층 로비에서 개막했다. 100여점의 태극기 사진을 볼 수 있는 전시회는 오는 6일까지 열린다. 광복회 광주·전남지부가 개최한 전시회에는 구한말 태극기 등 희귀 태극기 사진들도 포함됐다.

전시회에 사진을 제공한 정성길 계명대 동산의료원 의료선교박물관 명예박물관장은 “나라가 기울 던 구한말에도 태극기가 얼마나 소종한 역할을 했는지를 강조하기 위해 그동안 수집한 자료중에서 태극기가 찍힌 사진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태극기 앞세 운 고종 황제

1885년 지금의 서울 종로 거리를 지나고 있는 고종 황제의 행차 모습이다. 가운데에 대형 기는 태극기로 4괘 중 ‘감’이 선명히 보인다. 당시 프랑스파리외방선교회 소속 신부가 촬영했던 것이다. 정 명예관장이 1995년 사진을 찍었던 신부의 후손에게서 필름으로 넘겨받아 보관해 왔다. 고종을 호위하는 신식군대의 모습도 보인다.

■구한말 거리의 태극기

1897년 10월12일 고종은 ‘대한제국’을 선포한다. 이를 기념해 거리에는 ‘태극기’가 걸렸다. 사람들이 오가는 서울 종로 거리에 집총된 총들 사이로 태극기가 보인다. 역시 프랑스파리외방선교회 소속 신부가 촬영했던 것으로 정 명예관장이 1995년 사진을 찍었던 신부의 후손에게서 필름을 넘겨받아 보관해 왔다.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 즉위 축하 ‘태극기’

1907년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이 즉위한다. 순종의 직위를 기념해 당시 기념엽서가 발행됐다. 정 명예관장은 “엽서는 흑백과 컬러 2종류가 만들어 졌고 당시 파견돼 있던 선교사들이 프랑스와 독일에 있던 가족들에게 편지를 써 보냈다”고 설명했다.

엽서의 사진은 순황 황제의 직위를 기념해 거리에 만국기와 태극기가 걸린 거리 풍경이다. 사진은 평양에서 찍은 것이다.

■이봉창 의거 직전, ‘태극기’와 함께

1932년 1월8일. 이봉창 의사는 일본 도쿄에서 일본 천황이 신년 관병식(觀兵式)을 마치고 돌아갈 때 수류탄을 던졌다. 거사는 실패했지만 그는 체포된 이후배후인물인 김구의 신원을 끝까지 밝히지 않고 가공의 인물 백정선으로 둘러댔다. 같은해 10월 비공개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사형이 집행됐다.


이봉창 의사는 의거 직전 태극기 앞에 섰다. 태극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그는 거사를 다짐했다. 정 명예관장은 “1988년 독일 함부르크에 살때 인연이 있던 한 가게 주인이 가지고 있던 오래된 앨범에서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당시에는 이봉창 의사인지 몰랐다”고 설명했다.

<강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