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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帶一路 관련국 경제규모 2경4000조원 中 패권 아닌 주변국과 상생이 목표"

바람아님 2016. 4. 14. 00:40
이코노미조선 2016.04.13. 20:35

중국사회과학원의 장위옌(張宇燕)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소장이 3월 2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일대일로 전략 구상과 중국 경제 전망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염동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월 29일(현지시각) 체코 수도 프라하를 방문해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통해 양국 협력을 강화하는 데 뜻을 모았다.


중국 국가주석이 체코를 국빈 방문한 것은 1949년 양국 수교 이후 처음이다. 제만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올해 중국의 대(對) 체코 투자액이 950억코루나(약 4조57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의 경기 둔화와 증시 불안 등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일대일로에 관한 논란도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일대일로는 시 주석이 2013년 9월과 10월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순방 중 처음 언급했다.

‘일대(一帶)’는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실크로드, ‘일로(一路)’는 중국에서 동남아, 아프리카, 유럽으로 이어지는 해상 실크로드를 뜻한다.


일대일로 선상에 있는 60여개 연선국가의 인구는 약 44억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63%, 경제규모는 21조달러(약 2경4000조원)로 전 세계의 29%를 차지한다.

일대일로의 추진 배경에 대해 유라시아 육로와 바닷길을 장악해 중국의 경제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또한, 대규모 인프라 관련 투자를 통해 국내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하고 자원과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목적으로 비쳤다.


중국 최대 국책연구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의 장위옌(張宇燕)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소장은 그러나 “일대일로는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이 주도하는 경쟁 지향적인 사업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개발도상국은 물론 선진국과도 폭넓게 협력하며 완전한 개방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소장은 중국 북경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사회과확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중국 상무부와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을 겸하고 있다.

그는 3월 29일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주최한 ‘중국 석학 초청 강연’에 초청받아 ‘일대일로 전략 구상과 중국 경제 전망’을 주제로 강의했다.


일대일로 계획에 중국 중심의 경제권을 만들려는 패권적 의도가 숨어있다는 우려에 대해 장소장은 “중국은 일대일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유엔(UN)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한 기존 국제기구의 원칙들을 지킬 것”이라며 “중국은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개발도상국들과 작은 이익을 두고 다투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일대일로는 60여개 관련국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에 참여 기회가 열려 있습니다. 중국과 관련국 정부가 협력의 틀을 다지고 있지만 결국 해당 국가의 기업이 성장의 주역이 될 겁니다.”


한국과의 경제협력에 대해서는 “한국과 중국은 자유무역협정(FTA) 파트너”라며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국가는 아직 (중국과) 그 단계까지 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반도와 인접한 동북3성은 일대일로 계획에서 소외된 것이 아니냐”는 참석자의 질문에는 “중앙아시아와 가까운 신장위구르 자치구나 해상 실크로드의 거점지역인 광둥성(廣東省)과 푸젠성(福建省) 등에 비해 지리적인 연관성은 떨어질 수 있지만, 접근 방식과 순서의 문제일 뿐 동북3성이 배제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장 소장은 이어 중국의 2월 전체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고 외환보유고가 지난 1년 사이에 8000억달러 감소하는 등 중국을 둘러싼 경제 흐름이 좋지 않다면서 “중국의 경제 성장이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경제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만큼 일대일로 계획을 원동력으로 삼아 2020년까지 연평균 6.5%의 경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중국 시안(西安) 대당서시박물관(大唐西市博物館)의 실크로드 기념상. <사진 : 이용성 기자>


러시아 주도 EEU와 협력 등 파급효과 클 듯

중국은 제13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이 완료되는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92조7000억위안(약 1경7168조원)을 달성해 2010년 대비 1인당 GDP를 두 배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마지노선이 연 6.5% 경제 성장이란 설명이다.


시 주석은 일대일로에 대한 공식 언급 이후 방문하는 나라마다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며 부러움과 두려움을 함께 샀다. 지난해 4월 파키스탄 국빈 방문 중에는 460억달러(약 52조7000억원) 규모의 경제 회랑 공동 구축에 합의했다. 경제 회랑은 파키스탄 남서부의 과다르항에서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까지 3000㎞ 구간에 철도와 도로, 가스관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일대일로의 거점 중 하나인 미국 해군이 장악한 말라카 해협을 거치지 않고 중동에서 안정적으로 원유를 수입할 수 있는 교두보이기도 하다.


5월에는 카자흐스탄을 시작으로 러시아와 벨라루스까지 순방하며 일대일로 외교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육상 실크로드의 관문이자 가장 중요한 요충지인 카자흐스탄과는 중국 서부와 서유럽을 연결하는 8000㎞의 도로 건설 협력에 합의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은 지난달 29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서명으로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중국은 3월 말 기준 3조7000억달러(약 4160조원)에 이르는 외환보유고를 앞세워 지난해부터 모든 외교 역량을 AIIB 출범에 투입했다.


AIIB는 한국과 영국 등 미국의 전통적 우방을 포함해 57개국이 창립 회원으로 참여하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우리나라의 지분율은 3.81%로 중국(30.34%), 인도(8.52%), 러시아(6.66%), 독일(4.57%)에 이어 다섯 번째다.

장 소장은 일대일로를 통한 협력이 당사국은 물론 주변국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대표적인 예가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경제연합(EEU)과의 연계다.


EEU는 푸틴 대통령이 옛 소련 국가들과 상품 자본 인력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경제공동체를 만들자며 2011년부터 설립작업을 주도해 올해 1월 출범시켰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 5개국이 회원국이다.

지난해 5월엔 러시아를 방문한 시 주석은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일대일로를 러시아 주도의 EEU와 연계시킨다는 데 합의했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중국의 상하이협력기구(SCO)와 EEU의 통합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2001년 설립된 SCO는 현재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중앙아시아 국가들인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모두 6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그동안 중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SCO를 반서방 지역 협력체로 발전시켜왔다.


국가간 문화 차이 등 갈등 요인은 문제

SCO와 EEU는 그동안 중앙아시아에 대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해왔다. 중앙아시아가 석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의 보고(寶庫)인데다 지정학적으로 전략요충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 주석이 지난해 7월 SCO 정상회의에서 “SCO와 EEU를 통합해 실크로드 경제벨트의 기본 발판으로 삼자”고 제안하면서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알렉세이 리하체프 러시아 경제개발부 제1차관은 3월 1일 열린 제1회 러시아, 중국 건설포럼에 참석해 “EEU와 SCO 회원국들이 양 기구를 통합해 이른바 유라시아대륙 경제공동체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자유로운 무역과 자본, 투자의 이동 등 원칙에 따라 러시아와 중국의 최고 지도자들이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TPP는 미국, 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한 사상 최대 규모의 다자간 FTA다. 애초 싱가포르, 브루나이, 칠레, 뉴질랜드 등 4개국이 경제적 영향력 협상을 위해 발효했지만 2008년 미국이 참가하면서 규모가 커졌고 2013년 일본도 참여를 선언하면서 거대 무역협정의 성격을 띠게 됐다.


우리나라는 TPP 협상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미국 방문 당시 TPP 가입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사실상 가입 의사를 밝힌 상태다.

장 소장도 이를 의식한 듯 “TPP 체결로 역내 무역은 발전하겠지만 (일대일로와 달리) 수혜 당사국이 소수라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대일로 추진 과정의 문제점도 언급했다. 일부 국가의 경우 인프라 여건이 너무 취약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다 장기간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수익성이 낮다는 것이다. 국가 간 제도 차이로 만만치 않은 조정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과 서로 다른 문화와 종교로 인해 추진 과정에서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날 강연에 함께 참석한 펑웨이장(馮維江) 세계경제정치연구소 부연구원은 “경제 상황이 취약한 국가의 경우 (일대일로 협력 과정에서) 중국에 원자재와 노동력을 제공하는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 때문에 중국은 단순히 주변국에서 자원과 노동력만 구매할 것이 아니라 이들 국가에 지식과 기술, 관리 능력을 이전하고 인재 육성을 도와 해당 국가가 글로벌 시장에서 도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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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U(유라시아경제연합)러시아가 주도하는 옛소련권 경제협력체. 지난 1월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4개국으로 출범했고, 5월에는 키르기스스탄이 합류했다. EEU 회원국 인구는 총 1억8000만명에 달하며 전 세계 영토의 15%를 점하고 있다.
SCO(상하이협력기구)중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항하기 위해 2001년 결성한 국제기구.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중앙아시아 국가들인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총 6개국으로 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