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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 제국을 21세기에 복원하려는 게 中國夢"

바람아님 2016. 6. 9. 09:27

(출처-조선일보 2016.06.09 이선민 선임기자)

[전인갑 서강대 사학과 교수 '현대중국의 제국몽…' 펴내]

"淸 멸망 이후 서구적 근대 추구, 국력 커지자 전통에 자신 회복
대외적으론 新 조공 질서 시도"

전인갑 교수는 “중국은 한국에 대해서 경제 협력뿐 아니라 가치 공유와 연대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전인갑 교수는 “중국은 한국에 대해서 경제 협력뿐 아니라 
가치 공유와 연대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김지호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창한 '중국몽(中國夢)'은 2000년 동안 지속되다가 
20세기 벽두에 붕괴됐던 중화제국(帝國)을 21세기에 새로운 형태로 복원하려는 
것이다. 
경제·정치·군사 강국을 넘어서 중화제국의 연속을 가능하게 했던 보편 가치와 
보편 문화를 전통을 기반으로 재정립하려는 중국의 의지에 주목해야 한다."

전인갑 서강대 사학과 교수가 최근 펴낸 '현대중국의 제국몽(帝國夢): 
중화의 재보편화 100년의 실험'(학고방)은 경제 도약을 발판으로 국제무대에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오늘날 모습을 중화제국과 근대, 현재를 연결해 통합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이다. 
근현대 중국을 역사적 연속성 속에서 이해하는 데 주력해 온 전 교수는 이 책에서 특히 경제와 정치의 이면에서 
현대중국의 변화를 추동해 온 문화·사상과 사회적 요소에 주목하고 있다.

전 교수에 따르면 진(秦)·한(漢)부터 청(淸)까지 이어져 온 중국의 제국성은 정치·군사적 패권, 경제력, 문화적 보편성을 
세 축으로 한다. 아편전쟁과 청일전쟁 패배에 이어 신해혁명으로 청제국이 무너졌을 때 중국인들이 받은 충격은 
하드파워의 쇠퇴 못지않게 소프트파워의 몰락에서 비롯됐다. 
이후 당면 과제로 떠오른 근대 국민국가 건설을 위해 국민당과 공산당이 주도하는 서구식 자본주의·사회주의 혁명의 불꽃이 
타올랐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의 전통을 재구성하려는 시도도 나왔다.
2014년 12월 중국 허베이성 베이다이허(北戴河)에 세워진 ‘중국몽’ 기념비. 높이 21m이며 순동으로 제작됐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치 비전인 ‘중국몽’을 형상화한 첫 비석으로 주목을 끌었다. 
베이다이허는 매년 여름 중국 최고 지도부가 모여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곳이다. /중국경제망
전 교수는 1920~30년대 미국 유학파 지식인들이 중심이 된 잡지 '학형(學衡)'에 주목한다. 
서양 고전문화를 중시하는 미국 신인문주의에 영향받은 이들은 중국의 
'우량한 인문주의 전통'을 보존하여 영속(永續)시키는 것을 과제로 설정했다. 
이들은 1919년 5·4운동 이후 중국 사회를 강타한 신문화운동이 서구 추종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비판하고 
'국고(國故·전통)'의 토대 위에 '신지(新知·서구 근대문명)'를 흡수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중국적 근대를 추구하려는 
지적 흐름은 계몽과 구망(救亡) 열기가 압도하는 시대 상황에 밀려 오랫동안 잠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화보수주의가 다시 터져 나온 것은 1990년대 '국학열(國學熱)'이 중국 지성계를 강타하면서였다. 
1980년대까지도 중국의 전통을 청산하고 서구를 통해 미래를 건설하려는 전반서화론(全般西化論)이 압도하던 
중국 지식인 사회에 근대의 모델로서 서양 대신 본토성(本土性)과 중화성(中華性)을 강조하는 흐름이 급격히 확산된 것이다. 
전 교수는 "중국인들은 서양의 근대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며 
"서구적 근대를 흡수하여 '중국적 보편성'을 재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 강유위·양계초 이래의 사상적 흐름이 
중국의 국력 신장에 따른 자신감 회복으로 꽃을 피운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문화보수주의는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와 베이징올림픽 개최가 겹치면서 더욱 강화됐다. 
유학 부흥을 주장하는 신유가(新儒家)는 물론 마르크시즘에 바탕을 둔 신좌파, 서구식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자유주의자까지 
'중국성(中國性)'을 긍정적으로 보게 된 것이다. 
그 배경에는 기업 운영조차 중국적인 지연(地緣)과 관행에 의존하는 중국적 특성이 자리 잡고 있다. 
전 교수는 문화대혁명의 실패를 유교가 빠진 중국성을 창안하려 했던 모택동의 실험이 중화문화의 무게에 
압도돼 버린 것으로 해석한다.

중화제국의 유산을 새로운 제국을 여는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중국의 시도는 대외적으로 신(新)천하주의론과 
신조공(朝貢)질서론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화제국의 천하주의는 스스로 자신이 있을 때는 관용적이었지만 패권이 약화되면 배타성이 강화됐다. 
전 교수는 "지금 중국은 한창 뻗어나가는 만큼 당분간 관용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하지만 중국은 아직 
'서구적 표준'을 대체할 '중국적 표준(Chinese Sta  ndard)'을 만들어낼 발신력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제국몽'은 한국에 대외전략의 고민을 안겨준다. 우리 사회에는 중국 긍정론과 비판론이 교차한다. 
전인갑 교수는 "양쪽 모두 실증적이기보다 이데올로기적인 것이 아쉽다"며 
"오랜 역사적 체험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중국의 사상적·문화적 움직임을 좀 더 깊고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중국의 제국몽(帝國夢)-중화의 재보편화 100년의 실험

전인갑/ 학고방/ 2016/ 415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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