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군이 한강 하구 수역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단속하고자 해경,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군정위)와 '민정경찰'(Military Police)을 편성한 것은 이곳이 갖는 독특한 법적 성격 때문이다.
12일 군에 따르면 이번에 중국 어선 불법 조업 단속 활동에 투입된 민정경찰은 모두 24명으로, 해군과 해경의 고속단정(RIB) 4척을 운용하며 K-2 소총과 K-5 권총으로 무장한다.
민정경찰에는 유엔군 군정위 요원 2명도 포함됐다. 이들은 민정경찰의 중국 어선 단속 활동이 1953년 7월 6·25 전쟁을 중단한 정전협정을 위반하지 않도록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한강 하구 수역은 비무장지대(DMZ)와 같이 남북한의 완충 지대로,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인 유엔군사령관과 북한군·중국군 사령관이 공동으로 관할하는 곳이다.
육지인 DMZ는 군사분계선(MDL)이 있어 양측의 관할 구역이 명확하게 나뉘지만, 경계선이 없는 한강 하구 수역은 공동으로 관할하는 중립 수역으로 지정됐다.
1953년 10월 비준된 정전협정 후속합의서는 한강 하구 수역의 '비무장화'를 승인하고 군용 선박, 군인이 타거나 무장한 민간 선박, 중립국 선박은 진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다만, 한강 하구 수역의 질서 유지를 위해 남북한이 각각 최대 4척의 '민사행정 경찰용 순찰 선박'과 24명의 민정경찰을 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민정경찰은 권총과 소총을 휴대할 수 있다.
그러나 남북한의 우발적인 충돌을 막고자 민정경찰이 상대방 연안의 100ｍ 이내 수역에는 들어갈 수 없도록 했다. 민정경찰이 지난 10일부터 단속 활동을 벌이자 중국 어선들이 황급히 북한 연안으로 도주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강 하구 수역에서 운항하는 선박은 국기를 포함해 국적을 표시하는 깃발을 달아야 하며 일몰 직후 30분부터 일출 직전 30분까지는 운항을 중단하고 연안에 정박해야 한다.
우리 군은 한강 하구 수역에서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이 국적 표시 깃발을 달지 않았을뿐 아니라 야간에도 조업을 하기 때문에 정전협정을 어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남북한 어느 쪽에도 등록하지 않았고 등록 사실을 통보하지 않은 것도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한다.
이번에 중국 어선 단속 활동에 참가하는 유엔군사령부 군정위 요원들은 중국 어선의 정전협정 위반을 확인하고 민정경찰의 정전협정 준수를 감독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군정위는 남북한의 정전협정 이행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유엔군과 북한군·중국군 양측에 각각 설치됐다. 양측 군정위는 여러 차례 본회의를 열어 한반도 긴장 고조를 막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유엔군이 1991년 처음으로 군정위 수석대표에 한국군 장성인 황원탁 당시 육군 소장을 임명하자 북한은 강하게 반발했고 지금까지 군정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민정경찰이 한강 하구 수역에서 벌이는 단속 활동은 어디까지나 정전협정에 따른 것인 만큼, 북한이 이에 대해 항의할 경우 유엔군사령부에 문의해야 한다는 게 우리 군의 입장이다.
유엔군사령부는 북한의 남침으로 6·25 전쟁이 발발한 직후인 1950년 7월 북한군 격퇴를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창설됐다. 정전협정 체결 이후에는 한국에 계속 주둔하며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있다. 현재 유엔군사령부를 구성하는 국가는 미국을 비롯한 17개국이다.
주한미군사령관은 유엔군사령관을 겸한다. 민정경찰의 이번 중국 어선 단속 활동을 최종적으로 승인한 것도 빈센트 브룩스 유엔군사령관이다. 유엔군사령부는 이번 작전을 '정전협정 집행 작전'으로 규정했다.
브룩스 사령관은 이 작전을 승인하며 "유엔사는 정전협정을 유지해야 하는 책임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 작전을 실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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