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아반도의 남서부 지역은 여름 계절풍이 불어와 기후가 온화하고 강우량이 풍부해서 땅이 기름졌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아라비아 펠릭스'(Arabia Felix·행복한 아라비아)라고 불렸다. 이 지역의 특산물로는 유향(乳香)과 몰약(沒藥)을 비롯한 방향(芳香) 물질들이 유명했다. 성경에도 자주 등장하는 이 물품들은 어디에 쓰였을까?
유향은 유향나무(Boswellia sacra)에서 추출한 수액을 말린 제품이고, 몰약은 콤미포라 미르라(Commiphora myrrha) 나무에서 추출한 방향성 수지이다. 두 물품 모두 기원전 3500년경부터 이집트와 바빌로니아에 수출되어 사용된 사실이 알려져 있다. 중동과 지중해 지역으로 이동하는 낙타 대상(隊商)의 운송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도 이 물품들이었다. 심지어 로마 제국에서는 이런 향을 수입하는 금액이 너무나 커서 국가 경제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나머지 로마 제국이 향의 연기 속에 사라져갔다고 말했을 정도이다. 향 제품들은 고대 세계 최고의 사치품에 속했으며, 역사가들은 이 무역을 오늘날의 코카인 무역에 비교하기도 한다.
도대체 왜 그렇게 향이 중요했을까? 사람들이 잔뜩 몰려 살고 있지만 위생 시설은 형편없던 고대도시의 사정을 상상해 보면 그 이유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오늘날과 같은 하수나 분뇨 처리 시설이 없었던 당시 사회는 현대인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악취에 시달렸다. 사람들은 따로 지도를 볼 필요 없이 냄새를 통해 어떤 지역이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알 수 있었다. 오줌 냄새가 진동하는 관공서와 극장, 비릿한 냄새가 공기 중에 꽉 차 있는 도축장, 형언하기 힘든 악취의 공동묘지…. 이런 것들이 눈과 귀, 그리고 코에 잡히는 고대도시의 풍경이었다. 당시 사람들이 그토록 향을 찾았던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더 나아가서 향은 일반적인 사치품을 넘어 종교적인 물품으로 격상되었다. 몰약은 영생(永生)의 준비를 위해 미라를 만드는 데에도 쓰였고, 유향은 종교 제의(祭儀)에 필수품이었다. 유향을 태우면 미묘한 연기가 천천히 원을 그리며 하늘로 올라간다. 고대인들의 상상 속에 이 연기는 하늘에 닿아 좋은 냄새와 아름다운 형상으로 신들에게까지 즐거움을 선사하리라고 믿었던 것이다. 우리가 먼 과거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의 사고를 넘는 역사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서 향은 일반적인 사치품을 넘어 종교적인 물품으로 격상되었다. 몰약은 영생(永生)의 준비를 위해 미라를 만드는 데에도 쓰였고, 유향은 종교 제의(祭儀)에 필수품이었다. 유향을 태우면 미묘한 연기가 천천히 원을 그리며 하늘로 올라간다. 고대인들의 상상 속에 이 연기는 하늘에 닿아 좋은 냄새와 아름다운 형상으로 신들에게까지 즐거움을 선사하리라고 믿었던 것이다. 우리가 먼 과거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의 사고를 넘는 역사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출처 -조선일보/ 글 주경철-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동방박사의 경배-1 (참고사진 성화 출처 - 천진암 홈페이지)
운보 김기창의 성화
[경제사 뒤집어 읽기] 환전상서 은행가로…교황도 주요 고객
한국경제 (뉴스) 2010.11.26
'人文,社會科學 > 人文,社會'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경철의 히스토리아] [5] 중국의 인구문제 (0) | 2013.07.11 |
---|---|
[주경철의 히스토리아] [6] 병명(病名) (0) | 2013.07.10 |
[주경철의 히스토리아] [4] 마녀 사냥과 고문 (0) | 2013.07.09 |
[주경철의 히스토리아] [3] 튤립 광기(tulipomania) (0) | 2013.07.08 |
[주경철의 히스토리아] [2] 핵(核)미사일 (0) | 2013.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