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불장난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미국 해군의 남중국해 훈련을 강하게 비난했다. 인민일보는 22일 ‘미국의 무력 과시가 바로 패권’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미국이 태평양을 건너와 무력을 뽐내는 목적은 남중국해에서 긴장을 조성해 자신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같은 시도는 한 순간 효과를 거둘 수 있겠지만 어떤 일이건 마지노선이 있다. 불을 가지고 놀았으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태평양함대는 지난 18일 존 스테니스함과 로널드 레이건함 등 항공모함 2척을 필리핀 동쪽에 보내 중국을 겨냥한 무력 시위를 했다. 인민일보는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이런 게임을 하는 것은 상대를 잘못 골랐다. 잘못은 워싱턴의 초조함과 오만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국가 주권과 영토를 수호하려는 의지는 굳건하며 중국의 땅은 촌토(寸土)라도 지켜낼 것”이라며 “중국의 의지와 행동 역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미국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거친 논조는 필리핀이 2013년 네덜란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소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판결이 다음달 7일 내려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나왔다.
중국이 재판에서 패소할 경우 유엔해양법협약에서 탈퇴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일본 교도통신은 최근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의 근거로 들고 있는 ‘구단선(九段線)’을 PCA가 부정할 경우 중국이 협약 탈퇴를 검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구단선은 중국이 1940년대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설정한 U자 형태의 9개 선으로 남중국해 전체 해역의 90%를 차지한다. 중국은 이미 동남아 일부 국가에게 판결이 불리할 경우 “협약 탈퇴도 선택 사항 중 하나”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협약 탈퇴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일본 언론 보도의 근거와 목적을 모르겠다”며 “중국이 중재재판소 결정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유엔해양법협약을 포함한 국제법의 권위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워싱턴에 설치한 중미연구센터의 훙눙(洪農) 주임은 “협약이 보장하는 이익 이외에도 중국의 이미지가 손상을 입을 수 있다”며 협약 탈퇴를 반대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16.06.2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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